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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기자 덕질기] 오디오는 덜 바꾸는 사람이 승자 / 이정국

등록 2016-10-12 18:04수정 2016-10-13 11:54

이정국
esc팀 기자

첫 오디오를 사고 나서 매일 몇시간씩 음악을 들었다. 마당 한구석 컨테이너가 내 방이었다. 볼륨도 원없이 크게 올렸다. 요즘 같은 아파트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때 들었던 오디오는 지금 당연히 없다. ‘바꿈질’ 때문이다. 첫 오디오 뒤 지금까지 앰프와 스피커를 각각 4번 교체했다. 한번 오디오를 구입하면 중고 거래를 하면서 바꿈질을 한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더욱이 시장에서 괜찮다는 평을 듣는 오디오들은 중고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이 좋다.

바꿈질 4번이면 많이 바꾸지 않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요즘 돌이켜보면 이마저도 괜히 했다는 생각이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지금의 시스템으로 바로 바꿨다면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었다.

집을 팔았다더라, 전세를 내놨다더라 하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런 사람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소리의 중독성이 강하다.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실용오디오파’다. 가톨릭관동대 이재신 교수(물리학)가 1998년부터 운영해온 ‘실용오디오’ 누리집(enjoyaudio.com)을 통해 처음 오디오 공부를 했다. 여러 오디오 관련 누리집이 있지만, 이곳처럼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설명을 해놓은 곳은 흔치 않다.

최근 구입한 야마하 와이피(YP)500 턴테이블. 오디오는 시대가 아니라 얼마나 잘 만들었냐가 핵심이다. 이정국 기자
최근 구입한 야마하 와이피(YP)500 턴테이블. 오디오는 시대가 아니라 얼마나 잘 만들었냐가 핵심이다. 이정국 기자
오디오만큼 ‘미신’이 많이 작용하는 분야도 드물다. 구입 전 과학적 사실을 꼼꼼히 공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미신은 제품, 즉 돈과 연결된다. 예를 들면, 특정 주파수를 발산시켜 음질이 향상된다는 주파수 발생기나, 진동을 줄인다며 자석으로 앰프 등을 공중부양시키는 제품이 있다. 심지어 일본에선 좀더 ‘질 좋은 전기’를 끌어온다며 집 마당에 전봇대를 세운 경우도 있다. 이런 것들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실용오디오 입장에선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곳에 쓸 돈을 아껴, 더 좋은 스피커나 앰프(특히 스피커)로 업그레이드하는 쪽을 추천한다.

경험상 스피커 업그레이드가 가장 비약적인 음질 개선을 가져왔다. 결국 소리를 내는 건 스피커다. 처음 오디오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가용 예산을 스피커 60%, 앰프 30%, 소스기기 및 기타 10% 비율로 배분하면 적절하다. 이 원칙만 잘 지켜도 소모적인 돈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런저런 제품을 접하며 자신의 소리 취향을 찾고, 돈을 모아오다가 딱 한번 바꾸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최근 10년 정도 쓰던 인켈 턴테이블을 교체했다. 1970년대 생산된 일본 야마하 제품인데 25만원에 샀다. 지금 봐도 탄탄하고 실용적인 제품이다.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노라 존스의 <컴 어웨이 위드 미> 앨범을 들을 때마다 ‘잘 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디오는 이 정도면 된 거다.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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