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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마저 귀한 대접 ‘왕의 혈통’

등록 2016-10-19 19:56수정 2016-10-19 23:52

[ESC] 커버스토리
무상한 역사 숨은 조선 태실
경북 성주의 ‘세종대왕자 태실’.
경북 성주의 ‘세종대왕자 태실’.
우리 조상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태를 소중히 여겼다. 태아에게 생명력을 부여한 것으로 여겨 버리지 않고 보관했다. 특히 왕실에선 왕자·왕녀의 태가 국운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길지를 정하고 따로 석실을 만들어 보관했다. 태를 명주에 싸서 항아리에 담아 안치하고 표석을 세운 것이 태실이다. 왕자가 왕위에 오르면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태실에 석물을 더해 장식하는 ‘가봉’을 하고 가봉비를 세웠다. 이런 ‘장태문화’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전해오는 것으로, 최근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목소리도 나온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태실을 한데 모아 관리한다는 구실로, 전국 곳곳의 태실 54기를 발굴하고 태항아리를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으로 옮겼다. 일본이 한국의 국운을 끊으려고, 길지에 봉안돼 있던 태실을 훼손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서삼릉에는 왕의 태실 20기, 왕자의 태실 19기, 왕녀의 태실 13기, 왕손 태실 2기 등 54기가 있지만, 관람 제한구역(사유지)이어서 일반인은 탐방이 어렵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태실 중 가장 많은 태실을 한군데서 만날 수 있는 곳이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야산 태봉의 ‘세종대왕자 태실’이다. 고찰 선석사 옆길로 올라 소나무숲길을 잠시 오르면 태실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종대왕의 열여덟 왕자와 왕세손(단종)의 태 19위를 봉안한 태실들이다. 세조(수양대군)와 그가 왕위를 빼앗은 조카 단종, 왕위 찬탈에 반대했던 동생들 금성대군·한남군·영풍군·화의군 등의 태실이 한데 모여 있다. 가만히 둘러보다 보면 태어나고 죽는 일과 권력다툼의 무상함 따위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태를 묻은 받침돌과 둥근 몸돌, 다양한 무늬를 새겨 넣은 지붕돌이 아름답지만 훼손된 것이 많다. 세조 태실 앞엔 그가 왕위에 오른 뒤 거북받침돌 위에 세운 가봉비(加封碑)가 있다. 하지만 반기를 들었던 동생들의 태실은 기단석만 남은 모습이다. 세조 즉위 뒤 파헤쳐졌다고 한다.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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