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25일 오전 취임식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행사에 참석해 오방낭 속 글을 읽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로 떨어졌다. 오차범위를 참작하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그를 향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엄마부대’다. ‘박사모’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박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엄마부대’는 대표인 주옥순씨가 대통령 하야 요구 집회에 참가한 여고생의 뺨을 때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이런 절대적인 믿음은 어떻게 가능할까. 심리학에선 ‘확증편향’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년에 제시한 개념이다. 사람들은 정보와 증거가 복잡하고 불분명할수록 자기 생각에 맞는 정보만 찾는 걸 더 수월하게 여기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일단 한쪽으로 정해지면 어떤 증거로든 그걸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확증편향은 미신적 사고에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징크스다. 이렇다. 어떤 날에는 빨간 팬티를 입고 축구경기에서 이겼고, 또 다른 날에는 빨간 팬티를 입지 않고 경기를 망쳤으며, 또 어떤 날에는 빨간 팬티를 입지 않고도 경기를 이겼다. 이 경우 빨간 팬티를 입은 날과 입지 않은 날, 경기를 잘한 날과 망친 날, 이 네 가지 경우의 확률을 모두 따져야만 빨간 팬티와 축구경기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즉 빨간 팬티를 입은 날에만 초점을 맞춰 경기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과대평가(착각상관)하면 ‘나는 빨간 팬티를 입어야 축구가 잘돼’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번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그 뒤로는 그에 반하는 증거는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빨간 팬티를 입었지만 패배한 날도 ‘아, 거의 이길 뻔했는데’ 식으로 ‘확증편향’적 사고를 하면서 징크스로 굳어진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지하철,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가? 그건 타인의 시선을 느꼈을 때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로 누가 자신을 쳐다보는 경우만 기억하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적 논쟁이나 토론이 확증편향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사람이 마냥 좋거나 마냥 싫은 것도, 책을 읽었을 때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구절만 기억하는 것도 모두 확증편향의 산물이다. ‘국정 교과서=바른 역사’로 인식하는 박근혜 대통령 또는 최순실씨의 말(“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역시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다.
강나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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