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16일, 충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2호 ‘황도붕기풍어제’가 열린 충남 태안군 안면읍 황도리 당집에서 무당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굿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무속업계에도 당연히 ‘사이비’가 있다. ‘나쁜 무당’한테 잘못 걸리는 바람에 전세 대출을 강요당한 사람도, 수십억의 돈을 사기당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돈에 눈이 먼 일부 무당의 탐욕이 무당을 업신여기는 세태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가짜 무당’이 마치 하늘의 뜻을 알고 있거나 죽은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고 혹세무민해온 측면도 있다. 최태민·최순실씨가 대를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해온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일부 무당들은 “국가고시를 도입해서라도 나쁜 무당들은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무당의 수는 대략 30만에서 50만명. 이 많은 무당 중에 어떻게 하면 ‘나쁜 무당’을 가려낼 수 있을까? 무속피해상담센터 운영을 겸하는 조성제 무천문화연구소장은 “무속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내림굿이 남발되기도 하고, 거짓 공수(점괘)로 사기를 치는 무당도 늘어났다. 하지만 진짜 무당들은 아무리 나쁜 공수가 와도 ‘조심하라’고 돌려 말한다.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며 굿을 하라는 무당이 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시라”고 말했다. 그의 조언과 저서 <신을 조롱하는 무당>을 참조해 ‘나쁜 무당 구별법’을 정리해봤다.
▲욕하고 반말하는 무당: 손님들 기죽여서 ‘군기’ 잡으려는 의도다. 그래야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신은 인격자이므로 절대 육두문자를 쓰지 않는다.
▲광고 많이 하는 무당: 인터넷 배너에 자주 노출되는 곳은 피하라. 거액의 광고비를 결국 손님들로부터 뽑아내려 할 것이다.
▲방송 자주 타는 무당: 방송 많이 한다고 좋은 무당이 아니다. 특히 퇴마 프로그램은 대본대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속지 말아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웃고 떠드는 일이 전부이므로 그 무당이 얼마나 영검한지와는 상관없다. 요즘은 방송 타지 않은 식당이 오히려 ‘착한 식당’인 경우가 많다. 무당도 마찬가지다.
▲누구 죽는다고 말하는 무당: 가족 중에 누가 죽는다고 겁주는 무당을 만나면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자기 죽을 날짜도 모르면서…. 제대로 된 무당들은 점괘가 아무리 나빠도 “좀 주의해야겠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게 마련이다.
▲“당신 신내림 받아야 돼!”: 자기 돈 벌려고 ‘신기’도 없는 사람에게 내림굿하라는 무당들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내림굿할 때 내는 돈은 최소 2천만원에서 5천만원 선이다.) 심지어 “무당 되면 돈 많이 번다. 빚도 갚고 집도 금방 산다”면서 현혹하는 무당도 있는데, 이럴 때 손님들도 혹하기 쉽다. 본인 스스로 느끼기에 ‘신기’나 ‘무당기’가 없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라. ‘신기’도 없는데 무당 돼봤자 또다른 ‘사이비’가 될 뿐이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고 공수도 오지 않는데, 내림굿에 들어간 본전은 뽑아야 되니 또다른 사기를 치는 수밖에. 악순환이다.
▲바쁜 척하는 무당: 전화하면 예약이 한 달 밀렸네, 두 달 밀렸네 하는 무당. 자기 자신을 과시하고 포장하려는 게 목적이다. “굿하고 싶어요.” 이러면 당장 오라 그럴걸?
▲자기가 최고라는 무당: 다른 무당은 다 잘못했고, 자신만 최고라는 무당. 자기가 굿하면 죽은 사람도 살릴 것처럼 군다. 정말로 실력있는 무당들은 남의 험담이나 ‘자랑질’ 안 한다.
▲굿을 강요하는 무당: 일단 처음에는 간을 본다. 이거 하면 원하는 대로 되니 무슨 굿 하자. 그래서 무당이 시키는 대로 하면 그다음엔 또 다른 굿 하라 한다. 굿돈은 점점 더 높아진다. 굿을 계속 강요하는 무당 앞에서 말 잘 듣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겁박·협박하는 무당: 굿이든 내림굿이든 내 말대로 안 하면 큰 액운이 닥칠 거야, 라는 식으로 겁박하는 무당. 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해코지할 능력이 있다면 그 무당은 무당이 아니다. 신이다!
▲기타: 과잉친절 베푸는 무당, 집요하게 연락하는 무당.
강나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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