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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푸는 곳도 시간 낚는 곳도 ‘바다’

등록 2016-12-14 19:44수정 2016-12-14 19:57

[ESC] 커버스토리
북성포구 사람들
북성포구를 몇 차례 찾아가 어슬렁거리는 동안, 주민 둘을 만나 각각 이야기를 나눴다. 수십년 포구를 지켜보며 살아온 이들이다.

닻 제조 전문가 김철근씨 한낮 포구 제방 옆에서 만난 김철근(70)씨는 평생 철근을 다뤄왔다. 어구·닻 등 어선용품을 만든다. “앵카(앵커) 몰라? 닻 말이여. 내 닻이 제법 이름났어요. 소래포구 배들까지 내 닻을 많이 쓰니까.”

북성포구 갯벌에 대해 설명하는 김철근씨.
북성포구 갯벌에 대해 설명하는 김철근씨.
그는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다. “여기 와서 바다 보면 눈물이 나. 어릴 때 내려왔어두, 거기가 고향이니깐.” 부리부리한 눈과 검게 탄 피부, 헝클어진 반백의 머리에서 타향살이에 시달리며 나이 들어온 사내의 비애가 느껴진다.

갯벌 매립 얘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릴 때 벌거벗고 들어가 놀던 갯벌이라고 했다. “여길 메운다는데, 그나마 요만큼 남은 자연을 망가뜨리는 거야. 이렇게 자꾸 막다보면 나중엔 저 앞바다까지 막아야 된단 소리야.” 대안도 내놨다. “저 횟집촌이 다 무허가야. 하려면 거기 한 천평 메워서 물양장(부두에 있는 작은 배의 접안시설)에 횟집 건물과 화장실 만들어주는 선에서 끝내든지.” 편의를 위한 거라면 최소한으로 매립하고 활용하면 된다는 말씀이다. 한 사진가가 낙조가 멋진 철이 언제냐고 묻자 그는 “늘 봐도 가을·겨울이 최고”라고 대답했다. 인사하고 돌아서는 그의 등짝에서 쇠붙이 냄새와 갯벌 냄새가 풍겼다.

망둥이 낚시꾼 김상필씨 세 번 찾아가 세 번 만났다. 밀물 든 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낚시꾼 김상필(70)씨다.

김상필씨는 매일 물이 들 무렵 오토바이에 낚시도구를 싣고 북성포구를 찾는다.
김상필씨는 매일 물이 들 무렵 오토바이에 낚시도구를 싣고 북성포구를 찾는다.
“가을·겨울엔 망둥이지.” 수원에서 태어나 40년 전 인천에 정착했다. 보일러 수리, 막힌 상·하수도 뚫는 일을 하다 지금은 손을 놓았다. “젊어선 인천제철에서 와이아 꼬는 일을 했지. 기중기 말뚝 박을 때 쓰는 와이아.”

요즘은 소일거리로 낚시를 한다. 그가 낚싯대를 펴는 곳은 제방 모서리 옆이다. “요기가 내 자리여. 요기서 사십년 했어.” 먼저 와 있던 사람도 그가 오면 자리를 비켜준다. “다 아니까, 내 자린 줄.” 망둥이 낚시 비법을 알려줬다. “지렝이 껴서 집어넣구 5분 안에 쇼부가 나면, 엄청 잡는 거여. 떼루 온 거니까. 물면 바로 당기지 말고 삼킬 때까지 기다려야 돼.”

카메라 삼각대로 만든 탄탄한 거치대와 그 중심에 매단 10㎏짜리 저울추가 그의 보물단지다. “요게 딱 중심을 잡아주니 딱 안정이 되지.” 고기를 잡으면 어린 건 살려주고, 큰 놈은 달라는 사람에게 나눠준다. 욕심 없이 낚시를 즐기는 그의 생활은, 그가 아끼는 저울추처럼 딱 중심이 잡혀 안정된 모습이다.

인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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