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그는 친절하게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주었다. “아저씨, 추천작 없어요?” 쭈뼛거리며 묻는 내게 엄지를 치켜들며 골라준 비디오테이프였다. 기회는 지금이다. 아무도 없는 거실의 비디오는 내 차지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내 심장은 쿵쾅거렸고, 살색 화면이 번쩍거리는 동안 내 낯빛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는 마침내 어른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한국 에로영화의 역사를 훑어보는 동안 당신 또한 이런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1990년대 초반 극장에서 밀려난 에로영화는 비디오 시장을 공략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전두환정권의 ‘3S’ 정책 일환
서구 섹슈얼리티 영화 영향 반론도 흔히 1980년대 에로영화 전성기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민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의도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3S(영화·스포츠·섹스) 정책’을 꼽기도 한다. 야간 통행금지 해제를 포함한 몇 가지 유화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감각의 제국>(1976) 등 서구와 일본의 예술영화 감독들이 영화에 과감한 섹슈얼리티를 도입하는 실험들이 일어났고, 국내 영화계에서도 이런 시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결과라는 의견이다. 그동안 에로영화는 포르노그래피의 대체재라는 인식으로 다소 폄훼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적, 성적 금기에 대한 저항이라는 면에서 그 의미를 평가하기도 한다.
<애마부인 11> 포스터.
<씨네21> 에로 비디오 특집.
에로영화(Ero movie) 성적 욕망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의 영화. 성애 장면을 주로 다루지만 직접 성행위를 하지는 않음. 실제 성행위를 집중 묘사하는 포르노 영화와는 구별됨. ‘에로’는 에로틱을 줄인 일본어식 표현. 정확한 표현은 ‘에로틱 무비’(Erotic movie), ‘에로틱 필름’(Erotic film)이나 한국에선 ‘에로 영화’(Ero movie)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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