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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 부엌을 뒤지면 감기약이 뚝딱

등록 2008-12-01 18:19

감기는 몸 밖의 찬 기운이 침입해 몸 안의 따뜻한 기운을 이겨 생기는 질병이다. 감기를 풀어보면 ‘찬 바깥 기운에 감한다’는 뜻이므로 이를 이기는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뜨거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흠씬 땀을 내는 법, 목욕이나 사우나로 몸을 덥게 하는 법, 뜨겁고 얼큰한 탕류를 먹어서 속을 데우는 방법 등이 있다. 태음인의 경우 이불을 뒤집어쓰는 방법은 권장되지 않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감기에 걸리면 이 세 가지를 해 볼 일이다.

그래도 감기 증상이 계속된다면 약을 먹어야 하는데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기 전에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도 있다. 이번에는 소음인에게 이로운 감기약을 구하러 밭으로 나가 보자.

한겨울 눈 덮인 밭에서도 푸른 싹을 내놓고 있는 채소들이 있다. 이른바 월동 작물인데 겨울 기운을 받아서 성질이 차가울 것이라고도 하고, 또는 겨울에 얼지 않고 이겨낸 것을 보면 그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밀, 보리, 배추, 무, 시금치 등은 전자에 해당하고, 마늘, 파, 부추, 양파, 달래 등 톡 쏘는 듯한 맛을 가진 식물들은 후자에 속한다.

한의학에서 훈채류라 일컫는 마늘, 파, 부추 등 식물들의 줄기에는 고자리파리라는 벌레가 기생해 겨울을 난다고 해 따뜻한 성질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동의보감에도 마늘은 열성이 있고 매워서 위장을 따뜻하게 해 곽란을 다스리고, 풍습과 냉기를 제거해 준다고 했다. 달래 역시 열의 성질과 매운맛이 있어서 속을 따뜻하게 해 토사곽란을 다스린다고 했다. 김치에 마늘 같은 양념류를 많이 넣는 것도 배추의 차가운 성질을 중화시키려는 방책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채소들은 밭에 나갈 것도 없이 우리 집 부엌에 가 보면 다 있다. 마늘, 파, 양파, 생강 이런 것들을 물에 넣고 잠깐 끓여 꿀을 타 마신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푹 자 보자. 뱃속부터 따뜻해지면서 피부 쪽의 찬기운도 몰아내 주니 이처럼 간편한 감기약이 없으리라.

생각해 보면 호랑이는 양기가 강한 동물인데 반해 겨울잠을 자는 곰은 음기가 많은 동물이다. 어두운 동굴에 답답하게 들어앉아서 속까지 데우는 마늘(혹은 달래라 보기도 한다)을 백일 동안이나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호랑이에게 너무 불리한 내기가 아니었을까? 그러니 호랑이를 닮은 소양인들은 이런 훈채류를 먹다가 감기를 덧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김종열/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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