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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 혈관 밖에서 혈압 문제를 찾는다

등록 2009-07-27 20:55

[건강2.0]
우리나라에서 자가용 시대가 열리던 1980년대 후반, 정부는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노상 주차를 열심히 단속하고 도로를 늘렸다. 하지만, 아무리 주차 단속을 해도 감시가 조금만 소홀해지면 차들이 다시 늘어섰고, 도로를 늘려도 그만큼 차가 늘어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 뒤 서울의 교통정책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함으로써 자가용 출퇴근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덕분에 자가용 수는 늘어도 소통은 오히려 원활해지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릇 길이 막히는 데는 길 밖의 문제가 있는 법이다. 20세기에 들어 크게 늘어난 질병 가운데 하나인 고혈압이 그런 경우다.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를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고 이에 우리 몸 구석까지 혈액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는 심장에서 더 많은 피를 보내려 하고 이렇게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 고혈압이다. 즉 피가 지나가는 길의 교통 문제이다.

심장은 엔진이고 혈관은 피가 흐르는 파이프라 할 때, 혈관확장제 등을 써서 파이프를 넓히는 것이 서양의학적인 관리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 결국, 평생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 게다가 말초혈액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도 악화시킨다. 인터넷에 혈압약의 부작용에 대한 글이 많은데, 이는 부작용이라기보다 혈압을 강제로 낮춘 데 대한 어쩔 수 없는 보상 작용이라 볼 일이다.

혈관은 쇠 파이프가 아니라 부드럽고 탄력 있는 생고무 파이프이다. 이 탄력성은 온몸의 건강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현대인은 몸의 움직임은 줄어든 반면 눈, 코, 귀, 입 등으로 훨씬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내보낸다. 게다가 머리에는 스트레스라는 불길을 이고 산다. 즉 말초에 부과되는 짐이 너무 많다.

이 상태를 조절하는 방법이 ‘수승화강’이다. 물 기운이 올라가고 불기운이 내려오게 하는 방법으로, 피가 솟구칠 일은 줄이고 혈관은 생기 있게 탄력을 되찾게 다스리자는 것이다. 복식 호흡법, 요가, 한방 치료 등이 모두 이것을 추구한다.

물론 당장 혈압약을 끊는 모험은 권하지 않는다. 10년 먹은 혈압약을 끊게 해준다는 광고는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한번 고혈압으로 평형을 맞춰버린 몸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미리 예방할 일이고 고혈압 초기에 잘 다스려야 한다. 때로는 약을 먹으면서 ‘수승화강법’을 병행해야 한다. 길 밖에서 길의 문제를 찾는다는 한의학은 혈압 이후 이차적인 질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매우 유효할 것이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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