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홍석(37)씨는 집에서 의자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쳤다. 무릎 주변이 멍들고 부었지만, 병원까지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하진 않은 듯했다. 병원에 가는 대신 김씨가 택한 대증요법은 찜질. 하지만 막상 찜질을 하려 하니 과연 찜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온찜질을 하는 게 좋을지, 냉찜질이 나은지도 헷갈린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애용하는 찜질의 원리와 효과, 요령을 알아본다.
찜질의 원리
전문가들은 김씨의 경우엔 일단 냉찜질을 권한다. 온찜질을 하면 오히려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온찜질은 해당 부위에 열을 가해 따뜻한 기운을 피부 조직 깊숙이 전달하는 것이다. 피부 조직이 따뜻해지면 그 부위의 혈류가 증가하고 혈관이 확장된다. 이는 피를 통해 유입되는 각종 영양소와 백혈구, 항체 등의 양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최경효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온찜질로 혈관이 확장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그 부위의 노폐물과 조직 파편들이 배출돼 염증이 빨리 치유된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기운은 또 관절의 탄성도를 높여서 뻣뻣해진 관절을 좀더 유연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온열에 의한 혈관 확장은 출혈을 증가시키거나 부종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김씨처럼 방금 다쳤거나 부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사람이 온찜질을 하게 되면 이런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김씨의 경우엔 우선 혈액의 흐름을 억제하는 냉찜질로 혈관을 수축시켜야 피도 새나가지 않고 부기도 가라앉게 된다. 냉찜질은 조직 사이의 체액 투과 및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김용욱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대개 급성 손상으로 출혈, 염증, 부종 등이 발생한 경우나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냉찜질이 도움이 되며, 이후 이러한 증상이 사라지고 통증, 근육의 뭉침 등만 있을 때, 또는 만성적인 통증이 있을 때는 온찜질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증 초기엔 냉찜질
찜질은 다양한 질병과 증상에 적용되는 훌륭한 보조 치료 수단이다. 적용되는 부위도 다양해서 거의 모든 신체 부위의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봐도 좋다.
운동 직후 생긴 근육통의 경우엔 48시간 내의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이후에는 선호도에 따라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하면 된다.
인대가 늘어났을 때도 손상 직후 24~48시간 내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고, 이후에는 선호도에 따라 냉·온찜질을 해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치거나, 얼굴을 맞아서 멍이 생겼을 때도 냉찜질을 우선 해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선호도에 따라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한다.
골절 후 치료를 받고 나서 부어오를 때나 피부가 찢어지는 출혈로 부어오를 때, 벌레에 물렸을 때, 여름철 강한 햇볕에 노출돼 피부가 벌겋게 됐을 때, 수술한 부위에 통증이 있을 때, 관절염이 악화하여 붓고 관절에 열이 나는 등 급성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경우엔 냉찜질이 좋다. 코피가 났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서 코 주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대면 코피가 멎는 데 효과적이다.
가정에서 냉찜질을 한다면, 얼음을 비닐봉지에 넣어 젖은 수건으로 싸거나 상용화된 용기에 넣어 하면 된다. 찜질 시간은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수건을 싸야 하는 이유는 영하의 온도로 찜질을 하게 되면 피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냉찜질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준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협심증 또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 48~72시간이 지난 상처 부위, 동맥 부전 환자, 피부 감각이 둔하거나 예민한 사람들, 재생중인 말초신경에는 냉찜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만성 통증엔 온찜질
만성적인 통증, 단순한 근육통 등에는 온찜질이 적당하다. 눈이 피로하거나 안구건조증이 있을 때 따뜻한 수건으로 눈을 찜질해주면 눈의 피로를 덜 수 있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목과 어깨가 굳기 쉬운데, 이럴 때도 목이나 어깨에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 목디스크나 오십견 환자에게도 물론 좋다.
감기 초기에도 목에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 한의학에서는 주로 목 뒤의 경혈에서 외부의 나쁜 기운이 침입해 감기에 걸린다고 보고 이 부분을 따뜻하게 해줄 것을 권한다. 단, 감기 증상이 인후통 등으로 변했다면 지나치게 뜨겁게 하거나 땀이 나도록 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여성 생리통이나 냉증에는 배 부위를 온찜질하면 좋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 노화된 연골조직이 손상되면서 통증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에도 온찜질이 좋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클 때는 기온이 낮은 새벽이나 아침에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 아픈 관절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아이들 성장통에도 온찜질이 효과적이다. 보통 3~12살 어린이들 가운데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온찜질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온찜질의 적당한 온도는 뜨거운 팩을 75℃ 정도로 가열한 뒤 7겹의 수건으로 싸서 아픈 부위에 갖다 대면 된다. 뜨거운 물에 담근 수건을 이용해 온찜질을 할 경우 피부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여러 겹의 수건을 대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온찜질은 대개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온찜질 역시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혈우병 등 피가 잘 나는 질병이 있는 경우, 악성 종양의 전이가 가능한 사람, 열이 있는 사람, 급성 염증이 있는 경우, 감각이 떨어져 있는 부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약이 되는 찜질재료 7가지
먹지 마세요, 찜질에 양보하세요
찜질하면 핫팩이나 전기 찜질기 정도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의 한 분야인 니시의학에서는 재료가 갖는 특성에 따뜻한 기운을 더하기도 한다. 이준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쑥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이유는 온열적인 효과에 화학적인 효과까지 더불어 발휘되기를 기대할 때 사용한다”며 “대체로 이렇게 활용하는 약재는 따뜻한 성질이나 뜨거운 성질이 있는 재료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준환 교수와 ‘수수팥떡’(니시의학 건강법 실천단체)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찜질 재료와 찜질법을 소개한다.
● 쑥 주로 생리통이나 냉증 같은 부인과 질환에 사용한다. 쑥의 성질은 따뜻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진통 효과가 있다. 쑥 500g을 솥에 넣고 센 불로 볶은 다음 천 주머니에 넣어 아랫배에 대고 30분 정도씩 찜질을 해주면 좋다.
● 감탕 감탕은 몸에 좋은 성분이 함유된 진흙을 말한다. 감탕찜질은 치료용 감탕을 데워 피부나 점막에 적용하는데 진통 및 소염 효과가 있다. 신경통이나 소화기 계통의 병, 동상이나 화상 후유증 치료에 쓴다.
● 겨자 몸의 표면에 매운 성질의 겨자를 붙여 세균이 겨자 쪽으로 이동하게 하여 열로 균을 잡는다. 니시의학에서 사용한다. 감기에 특효가 있고, 세균성 환자의 열요법으로 적당하다. 전신에 활용한다. 목과 가슴, 등에 해주면 기관지, 폐 계통의 질병에 유효하다. 폐렴, 기침, 감기, 요통, 좌골신경통, 관절염, 디스크, 신경통, 견비통 등 각종 통증과 중이염, 충수염, 피로 해소, 월경으로 인한 요통 등 염증 해소에 효과가 있다.
겨자찜질 준비물 : 밀가루, 겨잣가루, 거즈, 비닐, 따뜻한 물
① 겨자: 밀가루를 7 : 3(성인 기준, 5 : 5 또는 3 : 7 등 연령 및 통증 부위에 따라 변형 가능)의 비율로 따끈한 물에 수제비 반죽 정도의 묽기로 섞는다.
② 거즈 위에 겨자 반죽을 올리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 손으로 3㎜ 정도의 두께로 납작하게 넓힌다.
③ 반드시 목부터 시작해서 가슴, 배, 뒷목, 어깨, 등, 관절 부위, 무릎 등 전신을 찜질한다.
④ 겨자를 붙이고 2~3분 후에 거즈의 모서리를 들어 보아 붉게 되었으면 바로 다른 부위로 거즈를 옮긴다. 5분 이내에 붉게 되는 것은 효과가 잘 나타난 것으로 증상이 가벼운 상태로 볼 수 있다. 20분이 되어도 붉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일단 중지하고, 피부에 마그밀 액을 바르고 40~50분 후에 다시 겨자요법을 실시한다.
주의사항은 한 자리에 20분 이상 붙여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정 시간을 초과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발적이 사라진 뒤에 겨자요법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진 경우에는 마그밀 액을 바르거나 알로에즙을 발라 열을 식힌다.
● 된장 숙변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찜질 중에 생수병을 곁에 두고 물을 자주 마시면 숙변을 불리는 데 도움이 된다.
된장찜질 준비물 : 왜된장, 온찜질팩, 복대, 거즈, 비닐
① 겨자 반죽과 같은 방법으로 너비가 25~30㎝(배넓이), 두께는 5㎜가 되도록 된장을 펴준다.
② 된장물이 들어가지 않게 배꼽 위에 두꺼운 종이를 놓고 된장 반죽을 올린다.
③ 그 위에 신문을 덮고 온찜질팩을 올리고 복대로 고정한다.
④ 4시간 이상 찜질을 하며 끝난 후에는 반드시 관장을 한다.
● 두부 된장찜질 대신 두부를 사용하여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아토피가 있거나 피부가 연약하면 된장찜질 대신 두부찜질을 권한다.
● 볶은 소금 설사가 심할 때 볶은 소금을 뜨거운 상태로 면 주머니에 넣고 배꼽 위에 올려 찜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
● 파 막힌 코를 뚫는 데는 파찜질이 좋다. 파의 하얀 부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중불에서 가장자리가 조금 탈 정도로 구워 뜨거울 때 수건이나 거즈에 싸 목에 대고 찜질을 한다.
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