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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동서기행] 맑은 침 ‘생명의 물’ 뱉지 마세요

등록 2009-11-02 20:45

[건강2.0]
침은 귀밑샘, 턱밑샘, 혀밑샘 등에서 하루에 1~2ℓ씩 분비된다. 99%가 수분이며 무기질, 호르몬, 효소 등이 소량 들어 있다. 음식 중 맛을 내는 성분이 침에 녹아 혀에 있는 미각 수용기가 맛을 느끼게 되는데, 침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분해효소(프티알린=알파아밀라아제) 때문에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침이 끈적한 것은 뮤신이라는 당단백 때문이다. 뮤신은 입안 점막을 보호하고 치아와 혀 표면에서 윤활작용을 한다. 침이 마르면 맛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음식을 씹고 삼키기가 힘들다. 심하면 말하는 것조차 불편해진다.

침 안의 라이소자임은 세균을 죽이는 것 외에도 치아의 성숙, 혈액의 응고, 발암물질의 독성 제거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입안에는 몇십 종의 세균이 살고 있어 침을 더럽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침에는 산소와 여러 종류의 항균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피부가 헌 데나 벌레 물린 데 바르면 가려움을 줄이고, 상처를 아물게 한다.

혀(舌)에 물(水)이 있는 상태로 ‘살아 있음’(活)을 표현한 것처럼, 한의학에서는 침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 침의 한자어인 ‘타액’(唾液)의 ‘타’는 우리 몸의 다섯 가지 진액 중 하나로 신장과 관련된다.

맑은 침은 ‘연’(涎)으로, 비장의 진액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침이 ‘타’라면 음식물 자극으로 분비되는 침을 ‘연’이라 볼 수도 있다. <동의보감> ‘진액’편에서는 침을 ‘옥샘’(玉泉), ‘금물’(金漿)이라고 하여, 침을 뱉지 말고 항상 머금어 삼키면 얼굴이 빛나게 된다고 했다.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 후 단전까지 내려보내는 느낌으로 세 번에 나눠어 삼키는 것은 양생기공의 기본이기도 하다.

당뇨병, 파킨슨병, 쇼그렌증후군 등의 전신질환은 입안을 건조하게 하고,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 침 분비를 억제해 입을 마르게 한다. 얼굴이나 구강의 암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침샘에 손상이 온다. 입마름증 때문에 식사와 말하기에 불편을 겪을 뿐 아니라 심하면 입과 목에 통증을 느낀다.

사람은 25살이 지나면 침 분비량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아 턱을 약간 안으로 당긴 자세에서 혀끝을 윗니와 잇몸이 만나는 입천장 부근에 대고, 마음이 안정되면 침 분비가 왕성해진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눈과 귀를 혹사시키는 대신 짧은 명상으로 생명의 물인 침이 솟아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영주(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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