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 몸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원인을 모를 때가 있다. 병원에선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한다. 왠지 기분이 나쁘고 걱정도 된다. 이런 경우 몸 안에 독소가 많이 쌓인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 안에 독이? 그렇다. 농약이나 약물 외에 뱀이나 벌, 독버섯, 복어의 독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독에 노출되는 경우는 적다.
실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독성 물질이다. 공기, 물, 흙 등에 포함된 오염물질과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에 든 각종 화학 첨가물이 그런 것들이다. 집, 지하철, 사무실 등 생활공간에서 만나는 화학제품들도 독소를 내뿜는다. 심지어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이나 주방 용품에도 유해한 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독소는 우리 몸 안에서도 만들어진다. 단백질이나 지방이 분해될 때 요산과 암모니아가 생긴다. 호흡을 할 때 세포는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장 속에서 썩은 음식이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같은 유해한 장내 세균에서도 독소가 나온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독성 물질이 나온다.
물론 우리 몸에는 그런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해독 기관이 있다. 간이 대표적이다. 간은 체내로 들어온 독소를 비독성 물질로 변환시킨다. 이는 담즙을 통해서 변으로 배출된다. 또 폐는 공기에 섞여 들어온 독소나 알레르기 물질, 세균, 바이러스 등을 차단하고, 장에서는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를 면역체계를 동원해 없앤다. 우리 몸은 호흡, 땀, 소변, 대변 등을 통해 독소를 배출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리 몸의 해독시스템만으로 몸 안의 독소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지구촌은 독소 천국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라는 현대 문명이 가장 많은 독소를 생산하고 있다. 몸 안의 정화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독소에 포위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몸에 독이 쌓이지 않을 수가 없다.
독소가 자체 처리용량을 넘어서면 몸은 신호를 보낸다. 늘 피곤하다, 자고 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온몸이 쑤신다, 변비 또는 설사가 계속된다, 손발이 자주 붓는다. 손발이 저릴 때가 많다 등등. 증세가 심하고 반복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한다. 항산화요법, 항염증 치료, 알레르기 치료, 장 세척 치료 등이 일반인들이 디톡스 또는 해독요법이라고 부르는 치료법들이다.
CHA 의과학대학교 세포성형센터 이기호 교수는 “독소의 축적에 따른 증상은 여러 군데에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 장부의 해독보다는 통합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해독을 주요한 치료법으로 쓰는 의사들도 있다. 자연요법으로 암이나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경주 자연의원은 치료에 앞서 3주짜리 해독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조병식 원장은 “유해 물질로 인해 몸 안에 쌓이는 독은 만성질환과 암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몸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없애는 것은 치료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단식을 해독 요법으로 쓰는 병원들이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혼자서 몸 안의 노폐물이나 독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물론 물 맑고 공기 좋은 데서 깨끗한 음식을 먹으며 마음 편히 사는 것이 독소와 멀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런 ‘신선놀음’은 불가능하다. 틈틈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는 게 건강에 좋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권한 ‘생활 속의 디톡스’ 방법이다. CHA 의과학대학교 이 교수는 식이요법을, 자연의원 조병식 원장은 풍욕과 반신욕을, 생활건강법 보급 운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수수팥떡은 생활단식과 각탕을 각각 추천했다.
도움말: 이기호(CHA의과학대 세포성형외과 교수) 조병식(자연의원 원장) 최민희(수수팥떡 대표), <독소의 습격, 해독혁명>(EBS ‘해독, 몸의 복수’ 제작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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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추천 ‘생활 속 디톡스’
조금만 신경쓰면 몸이 ‘가뿐’
● 식이요법
음식만 잘 먹어도 몸 안의 독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장의 해독능력을 높이려면 유산균과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올리고당을 섭취하는 게 좋다. 치커리, 노니, 양파 등이 도움이 된다.
또 콩, 고기, 생선 등에 든 글루타민과 같은 아미노산과 아연과 같은 미네랄의 섭취는 장 세포 손상을 막아준다. 생선의 경우 먹이사슬 위쪽에 있는 종류는 수은 등이 많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자주 먹으면 좋지 않다.
간의 해독 과정을 돕기 위해서는 타우린과 같은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복어, 가리비, 재첩, 낙지, 미나리 등이 좋다. 물을 자주 마시되 불필요한 약물 섭취와 음주는 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 풍욕
풍욕은 맨몸으로 이불을 덮고 벗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다음 맨몸으로 20초 있다가 머리를 뺀 온몸에 이불을 덮고 1분간 있는다. 맨몸으로 있는 시간은 한 번에 10초씩 120초가 될 때까지 늘려나간다. 이불을 덮고 있는 시간은 4번째까지는 1분 동안, 5~7번째에는 1분30초, 8~10번째는 2분 동안 덮고 있는다. 맨몸으로 있을 때 손바닥으로 온몸을 골고루 마사지해주면 더욱 좋다. 수수팥떡 누리집(www.asamo.or.kr) 첫 화면에 가면 풍욕을 안내하는 음성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 반신욕과 각탕
반신욕과 각탕의 원리는 같다. 몸의 피로가 몰리는 하반신이나 발을 뜨거운 물에 담가 몸의 냉기를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것이다. 피로 회복과 감기 몸살 예방에 좋다고 한다. 반신욕은 38~39도 정도의 물을 아랫배가 잠길 정도로 받아서 땀이 날 때까지 20분 정도 하반신을 담근다. 기력이 크게 약한 이들은 10분 정도 하고 쉬었다가 다시 1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각탕은 43도 정도의 물에 발을 담근다. 체온이 식지 않도록 가운이나 담요를 두르고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곁에 더운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땀이 날 때까지 25분가량 하면 된다. 땀이 나지 않는다고 오래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각탕을 한 뒤에는 찬물에 3분 정도 발을 담근 뒤 양말을 신는다. 20분 정도는 발목에 무리가 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 각탕 뒤 누워 손발을 하늘로 뻗은 뒤 3분 정도 손발을 터는 느낌으로 떨어주면 더욱 좋다.
● 주말 단식
단식은 몸의 비상사태다. 영양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몸에 축적된 에너지원을 쓸 수밖에 없다. 이때 불필요하거나 생존에 위협이 덜 되는 곳의 에너지원부터 가져다 쓰게 된다. 심장 근육의 단백질보다 아랫배에 쌓인 지방이나 혈관 속의 콜레스테롤이 우선적으로 ‘징발’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단식으로 군살이 빠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나아졌다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단식을 치료법으로 쓰는 의사나 한의사는 이를 몸의 대청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 단식은 위와 간 등 소화에 관련된 기관에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 기관은 단식 동안 각종 효소 생산을 중단하고 달콤한 휴식에 들어간다.
주말을 이용해 단식을 해보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단, 심한 당뇨병이나 빈혈, 간 기능장애, 면역력이나 기력이 떨어진 환자들은 삼가야 한다. 주말 단식은 금요일 점심과 저녁을 평소보다 절반 정도의 양으로 먹고 토요일을 굶은 뒤 일요일 점심과 저녁으로 야채죽을 먹는 것이다. 단식 중에는 하루에 3~4ℓ의 생수를 조금씩 나눠 마시고 하루 3g가량의 죽염을 6~8회 나눠 침으로 녹여 먹는다. 죽염을 먹기 전후 30분 동안에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 주말 3일 동안 매일 두 차례 풍욕을 하고 하루 1차례 냉온욕을 한다. 냉온욕은 냉탕에서 시작해 온탕과 냉탕을 1분 간격으로 오가는 것이다. 냉탕을 8번, 온탕을 7번 한다. 또 하루에 감잎차 500㎖, 물에 10배 희석시킨 산야초 효소 300㎖를 마신다. 일요일 오전에는 생수 관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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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