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쏙]
정치는 거칠다. 벌거벗은 권력욕이 펄펄 뛰고, 정치인들은 성난 얼굴이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의 정치인은 늘 여유롭고 살갑다. 홈페이지는 감성정치의 장인 까닭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는 감성정치의 표본감이다.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일상을 한 자락씩 드러낸다. 최근엔 ‘김연아 신드롬’을 고려한 듯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또 잘 공개하지 않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의 거실과 방, 스스로도 ‘촌스럽다’고 표현하는 학창시절 사진도 올려놓는다. 820여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26일엔 미니홈피 개설 5돌을 맞아 지지자 1만여명과 ‘일촌’(싸이월드에서 가까운 사이를 의미하는 말로 ‘비공개 사진’난이나 ‘메모’난을 이용할 수 있는 사이를 뜻함)을 맺었다. 일촌이라고 해봐야 일촌평을 따로 쓸 수 있는 정도지만 ‘박 전 대표와 일촌’이란 상징성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게 보좌진들의 말이다.
3월 귀국을 앞둔 이재오 전 의원도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투사’형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그의 홈페이지는 ‘감성’으로 충만하다. ‘촌놈 대학 가다’, ‘겁 없는 청춘’, ‘복학생 이재오’ 등의 제목을 단 동영상 ‘이재오 이야기’가 그의 역정을 소개한다. ‘북경대에서 아들에게’란 편지에선 베이징에서 연구실 앞 눈을 쓸고, 찐빵과 달걀 등 3천원짜리 식사로 끼니를 때우는 자신의 일상을 알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선 파격적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이라며 당원들의 분발을 촉구한 박 대표는 ‘박희태의 말말말’ 꼭지에서 ‘미쳤어’를 부른 가수 손담비의 몸에 얼굴을 합성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누리꾼과의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의원들도 있다.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누리꾼들의 질문을 받고 이를 추려 실제 질문을 던졌다. 같은 당 최문순 의원은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습 상정한 25일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며 사건을 알렸다. 지난해 본회장 점거 농성 때는 기자들의 접근이 막힌 본회의장 내부 사진을 찍어 의원들의 일상사를 누리꾼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촛불집회의 배후로 통하는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수차례 글을 올리고, 자신이 주최한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토론회에 ‘아고리언’ 2명을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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