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권력관계를 반영하는 국회 본회의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뒷자리는 이른바 권력자들이 선호한다.
[뉴스 쏙]
권력서열 보이는 본회의장 의석배치
지도부가 맨 뒷자리 차지 ‘제1 원칙’
권력서열 보이는 본회의장 의석배치
지도부가 맨 뒷자리 차지 ‘제1 원칙’
본회의장 자리를 보면 권력이 보인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자, 벌거벗은 권력의지가 꿈틀대는 곳이다. 본회의장은 무대다. 여야는 물론 당내 의석 배치까지 권력은 곳곳에 스며 있다.
가운데 구역은 원내 1당(대부분 여당) 차지다. 제1 야당은 의장의 왼편에 자리한다. 여야가 바뀐 탓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옛 열린우리당)은 자리가 바뀌었다. 비교섭단체(친박연대, 민주노동당 등)는 국회의장의 재량에 따라 배치된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18대 들어 원내 1당이 돼 가운데 자리를 배치받으니 뿌듯함과 함께 책임이 느껴져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좌석은 통상적으로 뒷자리일수록 ‘권력자’ 차지다. 맨 뒷줄은 각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앉는다. 안쪽(의장석 쪽)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구조 탓에 ‘사감’마냥 의원들의 동향을 훤히 살필 수 있다. 출입구에서 가까운 이점도 있다.
한나라당의 가운데 맨 뒷줄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이상득 의원이 앉는다. 그 왼쪽으론 정몽준·허태열 등 최고위원들의 차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당시 사무총장을 했던 김무성 의원 등도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다. (하지만 맨 뒷자리는 취재진들이 자리잡는 방청석과 불과 1~2m 거리에 있어 이들이 책상 아래로 보는 문건 등이 심심찮게 ‘발각’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잠재적 경쟁 관계인 박근혜-정몽준-이상득 의원의 자리는 대여섯 석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적당히’ 떨어져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정세균 당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맨 뒷줄에 앉아 ‘야전’을 지휘하는 모양새다. 문희상 부의장,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당 중진·원로급 의원들도 뒷줄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나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도 맨 뒷줄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 사무처에 ‘앞줄이라도 좋으니 함께 앉게 해 달라’고 원해 강기갑 대표는 앞줄에서 두번째 자리다.
뒷줄 2~3열은 중간 당직자들의 차지다. 한나라당은 원내 조율을 맡는 주호영 수석부대표 등 부대표단들이 이 줄에 모여 있다. 의원들의 늑장 출석 탓에 당이 추진했던 쟁점법안 처리가 무산된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부대표단들은 그 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불출석 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며 분주히 전화를 돌렸다. 대변인단의 자리도 배려돼 있다. 조윤선·윤상현 대변인과 차명진 전 대변인의 자리는 뒷줄 가운데 3열에 나란히 모여 있다. “그때그때 벌어지는 상황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고 한다. 민주당 역시 김유정·노명민 대변인은 나란히 뒷줄 둘째 줄에 앉는다. 권력의 지도랄 만한 자리 배치인 셈이다.
살벌한 권력의 논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보와 배려도 있다. 초·재선급 의원들의 자리는 상임위별로 모여 있는데 인기 상임위는 ‘말석’이랄 수 있는 맨 앞자리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지원자가 많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와 지역 민원 해결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이 여기에 있다.
이승진 한나라당 의사부국장은 “맨 앞자리는 의원들이 고개를 들어 의장석을 올려봐야 하고 안쪽에 있어 선호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인기 상임위에 간 만큼 본회의장 ‘말석’ 정도는 감수하란 원내대표단의 생각이 고려된 자리 배치”라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의원들이나 나이가 많은 의원들은 뒷줄이나 통로(복도)와 가까운 좌석으로 배려한다.
성연철 강희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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