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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체육 ‘계약커플’

등록 2009-03-26 19:28수정 2009-03-27 13:10

정치와 체육 ‘계약커플’
정치와 체육 ‘계약커플’
[뉴스쏙]
돈 물어오는 권력-표 모아주는 조직 ‘공생’
악어와 악어새 만큼 진한 ‘조건부 애정행각’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태권도 유단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사실, 중·고교 때 태권도를 4년 배워서 ‘검은띠’(초단)를 땄다”고 공개해 주위를 ‘살짝’ 놀라게 했다. 그가 태권도협회 회장에 취임하지 않았다면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실 유력 정치인에게 붙어 있는 여러 직함 가운데 경기단체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드물지 않다. 대한체육회만 봐도, 체육회 산하 55개 가맹단체 가운데 4곳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핵심 당직자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나란히 ‘협회장’으로 재직중이다. 홍 원내대표는 태권도협회 회장으로, 원내 ‘넘버 투’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0월 배구협회 회장이 됐다. 친이 직계인 강승규 의원은 지난 1월부터 야구협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지난 2월 치러진 농구협회 회장 선거에서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정봉섭 대학연맹 명예회장을 단 한 표 차로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국종합격투스포츠연맹 회장에, 유준상 상임고문은 인라인롤러연맹 회장으로 재직중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스포츠 단체장이라는 자리를 통해 우선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데다, 활기찬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을 수 있는 강점이 있어 결국 ‘표심’ 장악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강승규 의원은 최근 ‘세계야구클래식’ 결승 진출 열풍을 타고,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히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 체육단체의 요청을 받고 추대되거나, 형식적인 선거를 거쳐 단체장으로 ‘모셔진다’. 단체들은 집권당 실세 의원을 ‘보호막’으로 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한 경기단체 관계자는 “단체들은 거의 후원금이나 협찬금으로 운영된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유력 정치인이 오면 자금 동원이 상대적으로 나아진다”고 털어놨다. 의원은 아니더라도 ‘실세’ 정치권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은 레슬링협회 회장이다.

다만 경기단체의 관심사가 최근 ‘권력’보다 ‘재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정치인보다 기업인을 선호하는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 한 경기단체 관계자는 “정치인은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워 단체 홍보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자금 동원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엔 정치인보다 자체적으로 재정 기반을 갖춘 기업인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체육단체장을 맡은 정치인들의 행보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야구협회는 강승규 신임 회장과 직원들이 인사를 둘러싼 대립각을 세웠고, 한 표 차로 어렵게 당선된 이종걸 농구협회장은 일부의 ‘투표 무효 주장’에 마음고생을 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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