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기원에서 LG배 결승 첫 대국 중인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신진서(22) 9단이 올해 첫 세계 타이틀이 걸린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첫판에서 극적인 뒤집기로 승리를 따냈다.
신진서는 7일 서울과 베이징의 두 나라 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LG배 결승 3번기 1국에서 중국의 양딩신(24) 9단을 상대로 22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두 번째 LG배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2국은 하루 휴식 후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신진서는 포석부터 주도권을 빼앗기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초반 실리에서 뒤진 신진서는 40수 언저리부터 인공지능(AI) 승부예측에서 밀리며 고전했다. 중반 이후 역전을 노리고 중앙 흑돌 공격에 승부를 걸었으나 오히려 양딩신의 역습에 말리며 패배 직전까지 갔다. 신진서의 인공지능 예상 승률은 1%까지 떨어졌다.
기적은 종반 끝내기, 신진서의 백 186수부터 시작됐다. 양딩신이 결정적인 실수를 했고, 신진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초읽기에 내몰린 양딩신은 신진서의 맹공에 악수를 거듭했다. 순식간에 신진서가 중앙 흑돌을 포획하고 20집가량 이득을 챙기면서 한쪽으로 기울었던 판이 반대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신진서 9단을 상대로 대국 중인 양딩신 9단. 한국기원 제공
대국 후 신진서는 “오늘 바둑은 어디에서 확실히 좋지 않았는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시종일관 끌려다녔다. 마지막에 원래 노리던 걸 결행해봤는데 운이 따랐던 것 같다”면서 “1국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2국에서는 초반부터 시간을 집중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둘 다 두 번째 LG배 우승컵에 도전 중인데, 2009년 이세돌 대 구리의 대결을 포함해 역대 LG배 우승자 간 결승전으로는 두 번째다.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양딩신과의 맞전적에서 6승 5패로 우위를 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