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8 16:38
수정 : 2008.12.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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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왼쪽) 9단이 9일 중국에서 열린 춘란배 8강전에서 구리 9단과 맞서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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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배 8강전 8시간 혈투끝
중국 1위 구리에 불계승
11일 쿵제 7단과 4강전
8강에서 만난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 너무 일찍 만났나?
두터움의 대결이 시작됐다. 형세 판단이 정확하지 않다면 뚜벅뚜벅 제 길을 가기 어렵다. 반집까지 읽는 극도의 수싸움이다. 한 수 한 수가 백척간두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만큼 미세하다. 온라인바둑 ‘사이버오로’ 생중계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 “이창호 9단이 꼭 반집만 이기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어느 하나 약한 부분이 없지만, 끝내기에 더 강한 이창호. 290수를 넘기자 중국의 간판 구리 9단은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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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구리 9단의 춘란배 8강 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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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이창호가 9일 중국 장시성 난창에서 열린 7회 춘란배 8강전에서 중국 랭킹 1위인 구리를 297수 만에 흑불계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7명의 중국 기사가 점령했던 8강에서 외로이 버틴 이창호의 승리다. 올 시즌 후지쓰배 결승전, 엘지(LG)배 4강전에서 구리에게 졌던 아픔도 되갚았다. 역대 맞전적 5승4패. 이창호는 11일 중국의 쿵제 7단과 결승 티켓을 다툰다.
중국의 가전업체 춘란그룹의 이름을 딴 춘란배(우승상금 15만달러)는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를 준다. 한국(6집 반)과 달리 덤이 7집 반이다. 1999년 첫 대회 우승은 조훈현 9단이 따냈다. 이후 2005년까지 유창혁 9단(1회), 이창호(2회) 등 한국 기사가 네 차례나 평정했다. 떨떠름한 주최 쪽은 아예 대회 폐지를 검토했다. 그러나 직전 2007년 6회 대회에서 구리가 정상에 오르면서 명맥이 이어졌다.
송태곤 9단은 “초반 백을 쥔 구리 9단이 약간 기분좋은 흐름으로 시작했다”고 평했다.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미세하게나마 구리의 만족. 그러나 종반에서는 달랐다. 8시간의 강행군. 갈수록 돌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다. 한 수가 천변만화의 변화를 일으킨다. 속마 행보나 재기보다는 우직함이 미덕이다. 이창호는 끝까지 같은 호흡을 유지하며 반상을 전복시켰다. 송태곤 9단은 “끝내기에서 이창호 9단의 눈부신 실력이 빛난 한판이다. 끝내기 때 백이 선수 활용을 안해놓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 미세한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궁한 이창호가 대단하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바둑의 신’으로 여겨지는 이창호다. 구리는 대국에 앞서 열린 전야제에서 “이창호 9단은 내가 존경하는 기사”라고 말했다. ‘큰 산’ 이창호의 발걸음이 묵직하고 크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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