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9 21:49
수정 : 2009.05.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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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오른쪽)·구리 9단(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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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판 벌여주면 대결”
이세돌 “조건 맞으면 응할 것”
“이세돌은 좋은 맞수다. 나는 흔쾌히 응할 것이다.”(구리 9단)
“피할 성격은 아니다. 절대 ‘노’(no) 하지 않을 것이다.”(이세돌의 형 이상훈 7단)
한국랭킹 1위 이세돌 9단과 중국 1위 구리 9단의 ‘10번기 맞대결’은 이뤄질 것인가? 이달초 비씨(BC)카드배에서 우승한 구리 9단이 “누가 이세돌과의 10번기 맞대결을 기획한다면 하겠다”고 말한 뒤 처음으로 이세돌 9단 쪽의 반응이 나왔다. 이세돌의 에이전트인 친형 이상훈 7단은 19일 “조건이나 일정이 맞으면 언제든지 응할 것이다. 이세돌은 구리와 대결을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구리와 이세돌은 세계 바둑을 양분하고 있는 당대의 양웅이다. 26살 동갑내기로 역대 맞전적은 이세돌의 8승 9패. 난형난제의 백중세다. 올 들어 구리가 엘지(LG)배와 BC카드배를 더해 5개의 국제기전 타이틀을 갖게 돼 국제기전 타이틀 2개의 이세돌을 앞서면서 둘의 맞수 의식은 더 팽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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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vs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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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구리의 기세가 욱일승천이다. 구리는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이뤄질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믿음이다. 기사로서의 자신감이 없다면 바둑은 빨리 쇠퇴할 것”이라고 했다. ‘추월은 시작됐다’는 의미로 들린다.
승부사 이세돌이 미간을 찌푸릴 만하다. 올 엘지배 결승 패배 뒤 이세돌은 심리적 충격이 컸다. 5월 BC카드배 4강에서 탈락했을 때는 “결승에 올라서 구리와 붙어야 했는데 …”라며 무척 속상해했다고 한다. 이세돌은 요즘 구리의 바둑을 집중 연구하면서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리그 불참 선언으로 인한 한국기원과의 마찰 등으로 완전한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그렇지만 이세돌이 바둑 하나에만 집중했을 때의 폭발력은 엄청나다.
더욱이 둘의 10번기 대국은 초점이 둘에게만 쏠리게 돼, 세계 바둑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회 우승까지 보통 8~10차례의 대국을 치르는 만큼 충분한 대국수이기도 하다. 최규병 9단은 “결국 상금의 규모가 문제다. 두 선수의 체급에 맞는 우승·준우승 상금이 걸린다면 대결은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하제일을 가를 둘의 10번기 대결 전망은 마치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라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유혹적인 싸움이다. 과연 세계 최강 두 기사의 ‘맞장’ 대결이 이뤄질지, 팬들의 기대는 높기만 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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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번기
1930~4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대국방식으로, 10판을 두어 승패를 가린다. 당시 중국의 우칭위안은 10번기를 통해 일본의 고수들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이후 단판경기나 토너먼트로 기전 형식이 굳어지면서 사라졌으나, 가끔씩 이벤트 형식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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