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기사’ 이세돌 9단의 휴직선언 뒤 일인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랭킹 1위의 일인자라면 일인자다운 처신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한국 무대엔 서지 않으면서 미리 계약이 돼있는 중국리그에는 출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사들 사이에 섭섭한 감정도 감지된다. 이세돌은 지난 8일 ‘심신 피곤’을 이유로 18개월(6월30일~2010년 12월31일)의 휴직계를 한국기원에 냈다.
이미 해놓은 계약따라 출전예정
동료 기사들 섭섭한 감정 표현
“1인자답게 팬·기원 입장 고려를” ■ 이세돌은 새 유형의 일인자? 20개월 동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세돌은 현재 한국 일인자다. 최규병 9단은 “이창호와 이세돌은 확실히 차원이 높은 바둑을 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대 일인자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로 이어지는 한국바둑의 일인자 계보는 전통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 조남철 9단은 창업주로서 동분서주했고, 김인 9단은 안정·확대에 기여했다. 조훈현 9단은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했고, 이창호 9단은 겸양과 겸손의 미덕으로 뭇 사람들의 존경을 이끌어냈다. 이들 모두는 자기를 죽이고, 전체를 우선시했다. 반면 이세돌은 신세대형이다. 개성이 강하고 번뜩이는 기재만큼 반상 주변의 행보가 톡톡 튄다. 한국기원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휴직계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도 매우 직설적이다. 바둑계 어른들 눈에는 ‘독불장군’식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 조훈현 9단 따끔한 충고 ‘바둑황제’ 조훈현은 10일 ‘와이티엔(YTN) 초대석’에서 “(이세돌 9단의 일은) 바둑계 최근의 이슈인데, 일인자는 일인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세돌 9단이 이름도 없는 기사였으면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싫다 해서 그만이면, 그렇게 해서 내 마음대로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나. 이는 바둑계뿐만이 아닐 것이다”라고 질책했다. 선배 기사 챙기기로 유명한 차민수 4단도 “바둑은 혼자 두는 게 아니다. 더 넓게 봐야 한다”고 했다. 평소 이세돌에게 우호적이었던 한 신세대 프로기사는 “조금 심한 것 같다. 한국기원만 잘못했다고 몰아대는 여론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일인자는 반대편도 이해해야 일인자의 풍모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일인자의 스타성도 변모한다. 골키퍼 김병지가 꽁지머리나 공격 가담으로 축구 열기를 끌어올렸던 것은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스타성 평가의 기준 변화 사례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진실은 팬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일인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완성을 위해 폭넓게 사고하고, 아무리 감정이 상했다고 해도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릴 때 일인자의 지위는 탄탄해진다. 최규병 9단은 “이세돌이 언젠가는 한국 무대에 돌아올 것”이라며 “그때 이세돌이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는 진정한 일인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동료 기사들 섭섭한 감정 표현
“1인자답게 팬·기원 입장 고려를” ■ 이세돌은 새 유형의 일인자? 20개월 동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세돌은 현재 한국 일인자다. 최규병 9단은 “이창호와 이세돌은 확실히 차원이 높은 바둑을 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대 일인자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로 이어지는 한국바둑의 일인자 계보는 전통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 조남철 9단은 창업주로서 동분서주했고, 김인 9단은 안정·확대에 기여했다. 조훈현 9단은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했고, 이창호 9단은 겸양과 겸손의 미덕으로 뭇 사람들의 존경을 이끌어냈다. 이들 모두는 자기를 죽이고, 전체를 우선시했다. 반면 이세돌은 신세대형이다. 개성이 강하고 번뜩이는 기재만큼 반상 주변의 행보가 톡톡 튄다. 한국기원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휴직계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도 매우 직설적이다. 바둑계 어른들 눈에는 ‘독불장군’식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 조훈현 9단 따끔한 충고 ‘바둑황제’ 조훈현은 10일 ‘와이티엔(YTN) 초대석’에서 “(이세돌 9단의 일은) 바둑계 최근의 이슈인데, 일인자는 일인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세돌 9단이 이름도 없는 기사였으면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싫다 해서 그만이면, 그렇게 해서 내 마음대로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나. 이는 바둑계뿐만이 아닐 것이다”라고 질책했다. 선배 기사 챙기기로 유명한 차민수 4단도 “바둑은 혼자 두는 게 아니다. 더 넓게 봐야 한다”고 했다. 평소 이세돌에게 우호적이었던 한 신세대 프로기사는 “조금 심한 것 같다. 한국기원만 잘못했다고 몰아대는 여론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일인자는 반대편도 이해해야 일인자의 풍모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일인자의 스타성도 변모한다. 골키퍼 김병지가 꽁지머리나 공격 가담으로 축구 열기를 끌어올렸던 것은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스타성 평가의 기준 변화 사례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진실은 팬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일인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완성을 위해 폭넓게 사고하고, 아무리 감정이 상했다고 해도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릴 때 일인자의 지위는 탄탄해진다. 최규병 9단은 “이세돌이 언젠가는 한국 무대에 돌아올 것”이라며 “그때 이세돌이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는 진정한 일인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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