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26 18:01
수정 : 2010.01.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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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생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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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실력 갖춘 아마 고수들
오픈대회 44승43패로 프로에 앞서
비씨카드배서 이창호까지 꺾어
“충격이다. 그래도 이겼어야 하는데.”(최규병 9단)
“어려웠다. 충분히 던질 수 있었다.”(김성룡 9단)
열흘이 지났건만 바둑계는 아마추어에게 진 이창호 9단 이야기로 술렁인다.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막한 2회 비씨(BC)카드배 월드바둑 챔피언십 본선(64강전) 무대가 진앙지다. 당시 이창호는 한국기원 연구생인 아마추어 한태희(17)와 맞서 흑으로 9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연구생 서열 8위로 충암고 1학년한테 천하의 이창호가 무너진 것이다.
기사회 회장인 최규병 9단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세돌 9단이나 박영훈 9단도 상대가 아마추어였지만 이겼다. 세계 1~2인자를 다투는 이창호가 프로의 자존심을 위해 꼭 이겼어야 했다.” 프로의 신비감을 더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선배 그룹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러나 김성룡 9단은 “연구생 실력은 진작부터 프로를 위협했다. 앞으로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휴직 뒤 비씨카드배 본선 64강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세돌도 한국기원 연구생 이주형에 고전 끝에 3집 반을 이겼다. 중국의 구리 9단도 연구생 최현재에게 1집 반을 앞서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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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배 본선(64강) 아마추어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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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위협은 기전의 형태가 ‘오픈’ 방식으로 바뀌면서 빈번해졌다. 비씨카드가 사상 최초로 지난해 첫 대회부터 아마추어에게도 문을 열어 본선에 5명이 합류했다. 지난해 열린 14회 삼성화재배도 아마추어 이원영이 본선 32강까지 진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올 시즌 비씨카드배 본선 64강에도 5명의 아마추어가 올랐고, 이 가운데 한태희가 유일하게 32강에 올랐다. 세 대회에서 아마추어(연구생)-프로의 예선·본선 대결 통계는 연구생이 44승43패(50.6%)로 프로를 앞서고 있다.
아마추어 최강의 엘리트인 한국기원 연구생(남자)은 1~10조 120명으로, 매주 토·일요일 대국을 통해 실전 감각을 벼린다. 성적이 나쁘면 아랫조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생을 걸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력도 프로 고단자급이다. 실제 2006년 말 18살로 연구생 퇴출 위기에 몰렸던 한상훈이 가까스로 입단해 이듬해인 2007년 엘지(LG)배 세계대회 결승에까지 오르면서 “연구생은 고단자급”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당시 한상훈은 인터뷰에서 “연구생 중에는 나보다 실력이 센 사람이 득실거린다”고 했다.
시대 흐름을 좇아 한국기원도 지난해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아마에게 오픈된 세계대회 8강에 들 경우 5점, 16강 3점, 32강 2점, 64강 1점을 주어 총 5점이 되면 특별입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 1년 10명만 입단할 수 있는 좁디좁은 프로의 관문이 조금 확대된 것이다. 국내 대회로는 하이원배 명인전이 아마추어 기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유창혁 9단은 “아마추어의 강세는 기존의 프로기사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아마추어의 성적이 더 오른다면 프로 입단 문호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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