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국가대표팀이 2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2층에서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결단식을 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준 코치, 강동윤, 최철한, 이슬아, 조혜연, 허동수 이사장, 이민진, 김윤영, 양재호 감독, 조한승, 윤성현 코치. 중국 출장중인 이창호 9단은 불참했다. 한국기원 제공
호칭도 ‘기사’에서 ‘선수’로
젊은피들 “어색함 없어요”
젊은피들 “어색함 없어요”
2001년 한국기원의 ‘바둑의 스포츠화’ 천명 이후 변화가 광속이다. 단체복을 입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등장했고, 강화위원회나 코칭스태프라는 용어가 일상화됐다. ‘바둑은 기예인가, 스포츠인가?’라는 초기의 논쟁도 거의 사그라졌다. 조혜연 8단은 “내 생각은 따로 있지만, 지금은 스포츠화로의 진행이 너무 깊숙이 이뤄졌다. 되돌릴 수 없다면 스포츠 무대에서 바둑의 영향력 확대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했다. 26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2층에서 열린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팀 결단식 축사의 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은 “태극마크를 단 우리 선수들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다른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좋은 승부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예와 도의 독립된 문화 영역으로 인식돼온 20세기 바둑과 달리, 21세기 바둑계 풍경은 일변했다.
호칭도 ‘기사’에서 ‘선수’로
젊은피들 “어색함 없어요” ■ “선수란 표현이 어때요, 좋잖아요!”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결단식에 나온 최철한 9단은 “선수라 불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조한승 9단이나 강동윤 9단도 마찬가지 견해였다. 근대바둑 100년 동안 이뤄진 사범이나 선생, 또는 프로기사라는 명칭이 한순간 선수로 바뀐 것이다. 최규병 기사회 회장 겸 대표팀 강화위원장은 “선수라는 표현은 일부 기사들한테 여전히 격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부담 없는 자리에선 일상적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팀에 뽑힌 국내 최고의 프로기사들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여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감독과 코치의 지도 아래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들일 뿐이다. 밥 먹으며 하는 운동 있나?
점심시간 없앤 기전 탄생도 ■ 점심시간 없앤 삼성화재배 24일 아마예선을 시작으로 닻을 올린 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올 시즌 대국중 점심시간을 없앴다. 일본의 3대 기전(기성, 명인, 본인방)이 이틀씩 바둑을 두는 전통을 고수하고, 대부분의 국제기전이 점심시간을 허용하는 것과 견주면 파격적이다. 이에 대해 오훈택 삼성화재 상무는 “바둑이 본격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었다. 타인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점심을 먹으면서 경기를 하는 스포츠는 없다. 과거에는 알아서 금도를 지켰지만, 요즘엔 점심시간에 다음 수를 훈수받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삼성화재 쪽은 대국을 지켜보는 바둑팬들도 더 집중적으로 관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8년째 접어든 한국바둑리그
1-2부 나눈 ‘승강제’도 검토 ■ 정착한 프로야구형 한국리그 2003년 시작된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는 프로야구처럼 각 클럽이 경쟁을 벌이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을 가린다. 올해는 9개 팀이 참가해 12월까지 매주 목·금·토·일 정규리그를 벌인다. 팀당 6명씩 9개 팀에 소속된 54명의 기사들은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다. 팀에는 감독이 있고 단장도 있다. 한국기원의 기획부서에서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처럼 1·2부 팀들을 둬 승강제까지 벌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젊은 바둑팬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물론 반대론도 있다. 이광구 바둑해설가는 “상식적으로 바둑은 신체를 이용하거나 단련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바둑 대중화를 위해 스포츠를 활용한다면 그냥 바둑의 대중화라고 부르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바둑의 스포츠화가 더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최규병 기사회 회장은 “음악이나 미술, 장인의 세계와 달리 승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바둑이 스포츠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며 “스포츠로의 확대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젊은피들 “어색함 없어요” ■ “선수란 표현이 어때요, 좋잖아요!”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결단식에 나온 최철한 9단은 “선수라 불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조한승 9단이나 강동윤 9단도 마찬가지 견해였다. 근대바둑 100년 동안 이뤄진 사범이나 선생, 또는 프로기사라는 명칭이 한순간 선수로 바뀐 것이다. 최규병 기사회 회장 겸 대표팀 강화위원장은 “선수라는 표현은 일부 기사들한테 여전히 격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부담 없는 자리에선 일상적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팀에 뽑힌 국내 최고의 프로기사들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여타 종목과 마찬가지로 감독과 코치의 지도 아래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들일 뿐이다. 밥 먹으며 하는 운동 있나?
점심시간 없앤 기전 탄생도 ■ 점심시간 없앤 삼성화재배 24일 아마예선을 시작으로 닻을 올린 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올 시즌 대국중 점심시간을 없앴다. 일본의 3대 기전(기성, 명인, 본인방)이 이틀씩 바둑을 두는 전통을 고수하고, 대부분의 국제기전이 점심시간을 허용하는 것과 견주면 파격적이다. 이에 대해 오훈택 삼성화재 상무는 “바둑이 본격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었다. 타인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점심을 먹으면서 경기를 하는 스포츠는 없다. 과거에는 알아서 금도를 지켰지만, 요즘엔 점심시간에 다음 수를 훈수받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삼성화재 쪽은 대국을 지켜보는 바둑팬들도 더 집중적으로 관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8년째 접어든 한국바둑리그
1-2부 나눈 ‘승강제’도 검토 ■ 정착한 프로야구형 한국리그 2003년 시작된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는 프로야구처럼 각 클럽이 경쟁을 벌이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을 가린다. 올해는 9개 팀이 참가해 12월까지 매주 목·금·토·일 정규리그를 벌인다. 팀당 6명씩 9개 팀에 소속된 54명의 기사들은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다. 팀에는 감독이 있고 단장도 있다. 한국기원의 기획부서에서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처럼 1·2부 팀들을 둬 승강제까지 벌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젊은 바둑팬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물론 반대론도 있다. 이광구 바둑해설가는 “상식적으로 바둑은 신체를 이용하거나 단련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바둑 대중화를 위해 스포츠를 활용한다면 그냥 바둑의 대중화라고 부르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바둑의 스포츠화가 더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최규병 기사회 회장은 “음악이나 미술, 장인의 세계와 달리 승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바둑이 스포츠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며 “스포츠로의 확대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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