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예비신부 이도윤씨
‘바둑대회 동행’ 이창호 9단·예비신부 이도윤씨
2년전 인터뷰하며 인연
“승부세계서 지친 마음
편안히 쉬도록 도울 터” “음식을 잘해요, 재주가 좋은 것 같아요.” ‘2010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통합대국이 열린 26일 제주 해비치리조트. 장고 끝에 나온 이창호(35·왼쪽) 9단의 칭찬에 예비신부 이도윤(24·오른쪽)씨가 활짝 웃는다. 평소 이 9단을 “오빠”라고 부르던 이씨는 “국수님 말 잘 안하는데…”라면서 놀라는 표정이다. 오는 10월28일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은 바둑인 커플이다. ‘국보’ 이창호 9단은 고 조남철~김인~조훈현에 이어 한국 바둑의 문주 계보를 잇는 간판 기사다. 지난달 통산 2000대국을 돌파했고, 9월 물가정보배 결승에서 우승하면 본격 기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운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한 이씨도 프로급 고수다. 2008년 바둑전문 인터넷 사이트 기자로 이 9단을 인터뷰한 인연으로 11살 연상의 나이차를 넘어 맺어졌다. 하지만 이씨는 “평소 바둑에 대해선 서로 한마디도 안해요. 훈수는 상상할 수도 없구요”라고 말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25년 동안 정상을 누려온 예비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이랄까. 그는 “승부에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제가 도울 수 있는 길 같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요즘 “신집 살림 장만하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했다. 시가와 가까운 서울 서초구 일원동에 전세 아파트도 얻었다. “가구 등을 보러 다니는데, 국수님은 시간이 없어 혼자서 다녀요.” 둘이 만나는 시간은 주로 저녁을 먹을 때다. 한정식을 좋아하는 이 국수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이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이날은 바둑리그 9개 팀 54명의 프로기사들이 참여하는 통합대국장에 이 국수를 응원하러 짬을 냈단다. 이씨는 “국수님은 바둑 외의 시간엔 항상 책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역사나 소설 뿐만 아니라 경제 재테크 사회이슈와 관련된 것까지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수님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 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바둑계의 ‘퍼스트 레이디’ 노릇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편의 일정 관리에서부터 운전기사 노릇까지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이씨는 전혀 걱정이 없다. “남편의 세계를 존중하고 싶어요. 요구하면 돕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켜주고 싶어요.” 이날 신안천일염의 한상훈 5단을 꺾고 소속팀인 넷마블의 우승을 도운 ‘돌부처’ 이 9단이 옆에서 잔잔한 웃음을 지은 채 바라봤다. 제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사이버오로 제공
“승부세계서 지친 마음
편안히 쉬도록 도울 터” “음식을 잘해요, 재주가 좋은 것 같아요.” ‘2010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통합대국이 열린 26일 제주 해비치리조트. 장고 끝에 나온 이창호(35·왼쪽) 9단의 칭찬에 예비신부 이도윤(24·오른쪽)씨가 활짝 웃는다. 평소 이 9단을 “오빠”라고 부르던 이씨는 “국수님 말 잘 안하는데…”라면서 놀라는 표정이다. 오는 10월28일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은 바둑인 커플이다. ‘국보’ 이창호 9단은 고 조남철~김인~조훈현에 이어 한국 바둑의 문주 계보를 잇는 간판 기사다. 지난달 통산 2000대국을 돌파했고, 9월 물가정보배 결승에서 우승하면 본격 기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운다.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명지대 바둑학과를 졸업한 이씨도 프로급 고수다. 2008년 바둑전문 인터넷 사이트 기자로 이 9단을 인터뷰한 인연으로 11살 연상의 나이차를 넘어 맺어졌다. 하지만 이씨는 “평소 바둑에 대해선 서로 한마디도 안해요. 훈수는 상상할 수도 없구요”라고 말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25년 동안 정상을 누려온 예비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이랄까. 그는 “승부에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제가 도울 수 있는 길 같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요즘 “신집 살림 장만하러 다니느라 바쁘다”고 했다. 시가와 가까운 서울 서초구 일원동에 전세 아파트도 얻었다. “가구 등을 보러 다니는데, 국수님은 시간이 없어 혼자서 다녀요.” 둘이 만나는 시간은 주로 저녁을 먹을 때다. 한정식을 좋아하는 이 국수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이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이날은 바둑리그 9개 팀 54명의 프로기사들이 참여하는 통합대국장에 이 국수를 응원하러 짬을 냈단다. 이씨는 “국수님은 바둑 외의 시간엔 항상 책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역사나 소설 뿐만 아니라 경제 재테크 사회이슈와 관련된 것까지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수님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 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바둑계의 ‘퍼스트 레이디’ 노릇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편의 일정 관리에서부터 운전기사 노릇까지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이씨는 전혀 걱정이 없다. “남편의 세계를 존중하고 싶어요. 요구하면 돕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켜주고 싶어요.” 이날 신안천일염의 한상훈 5단을 꺾고 소속팀인 넷마블의 우승을 도운 ‘돌부처’ 이 9단이 옆에서 잔잔한 웃음을 지은 채 바라봤다. 제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사이버오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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