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역삼동 지에스(GS)타워에서 열린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한 이세돌 9단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착용한 낡은 허리띠(점선)가 눈길을 끈다. 한국기원 제공
‘2012 바둑대상’ 받은 이세돌 9단
한때 랭킹 1위 내주는 등 위기
“가족·벗·팬들 사랑으로 극복”
구리·백홍석과 대국 기억 남아
영어권 겨냥 ‘고구단닷컴’ 개발
“새해 6월 춘란배는 무조건 우승”
한때 랭킹 1위 내주는 등 위기
“가족·벗·팬들 사랑으로 극복”
구리·백홍석과 대국 기억 남아
영어권 겨냥 ‘고구단닷컴’ 개발
“새해 6월 춘란배는 무조건 우승”
2012 임진년도 이세돌(29) 9단의 손바닥이 컸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못 벗어나듯 한국 바둑도 ‘쎈돌’ 이세돌의 자장에 휩싸였다.
27일 서울 역삼동 지에스(GS)타워에서 열린 2012 바둑대상 시상식. 이세돌은 올해 상반기 부진의 기억도 가물가물하게 최고 기사의 영예인 대상을 받았다. 3년 연속 최고 반열에 오른 것은 지칠 줄 모르는 뒷심과 번뜩이는 창의력. 11월 올레배 우승으로 발동을 걸었고, 이달 세계기전인 삼성화재배와 전통의 명인전을 잇따라 제패하며 강풍을 몰아쳤다. 1월 맥심커피배 8강전 탈락, 3월 비씨카드배 32강전 탈락, 5월 응씨배 16강전 탈락은 아득한 먼 일처럼 느껴진다.
한때 추격자 박정환 9단에게 랭킹 1위까지 내주며 위기에 몰렸던 이세돌이 기사회생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세돌은 28일 통화에서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격려해주고 도움을 줬다. 옆에 벗들이 있었고, 아내도 있었고,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팬들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대의 천재라도 승부는 외롭고 처절했던 모양이다.
이달 삼성화재배에서 난적 구리 9단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것은 축복이었다. 이세돌은 “올해 구리와의 대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구리와 나 둘 다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만난 대국이었다. 내용 자체는 아슬아슬한 판이었는데 서로 공유하고 있는 위기의식 때문에 가장 강렬한 대국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세돌은 “작년만 해도 한·중을 대표하는 기사였는데 나도 랭킹 1위 자리를 내줬고 구리는 중국 랭킹 10위까지 떨어졌었다”고 마음고생을 했음을 털어놓았다.
이세돌은 그로기에서도 강펀치를 날리고,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비세일 때도 활로를 찾아낸다. 26일 끝난 백홍석 9단과의 명인전 결승 5국에서 2패 뒤 3연승하자 전문가들도 이세돌의 승운에 놀랐다. 이세돌도 인정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은 누구나 다 있다. 그런 순간들을 잘 극복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끼는 후배 백홍석에 대해선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이세돌은 “백홍석 9단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심리적으로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듯)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멋진 대국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힘들겠지만 군 생활 잘 마치고 돌아오면 더 성숙된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이세돌의 자유롭고 기발한 착상의 가공할 힘은 여전하다. “향후 10년간 정상급 기사로 활약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선에서의 싸움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후배들을 위한 바둑 보급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최근 재미동포 사업가 존 리와 공동으로 영어권 바둑 보급을 위한 사이트 <고구단닷컴>(www.go9dan.com)을 공동 기획·개발하기도 했다. 이세돌은 “한 3~4년 후에 바둑 보급 쪽으로 힘을 쏟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돌의 새해 포부는 여전히 승부다. 그는 “내년 6월 춘란배는 무조건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랭킹 1위인 천야오예 9단과의 결승 대국은 자존심 싸움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올 8월 캐나다로 아내와 딸이 유학을 떠나 기러기 아빠가 된 이세돌은 2월 설날 때는 가족을 보러 갈 생각이다. 서릿발 기세의 이세돌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기보를 보여주고 싶다. 팬들한테 항상 감사하다”며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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