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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3 21:05 수정 : 2016.03.13 22:19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이 9일(한국시각) 트위터에 올린 알파고 프로그램 조종실 전경 사진. 트위터 갈무리

이세돌 3연패뒤 첫승

이세돌, 판후이전 기보외 자료 없어
생각 시간 2시간도 컴퓨터에 유리
알파고의 실험대상 된 듯한 상황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팬들 감동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대단하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4번 대국을 지켜본 프로기사들은 이세돌 9단의 반격을 반겼다. 김만수 8단은 “5개월 전 판후이 2단과의 대결 기보만으로 알파고를 판단했다가 1~3국 낭패를 봤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불같은 의지로 승리를 거뒀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월 <네이처>지에 나온 설명만으로는 보통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처럼 1~2초 간격으로 둘 경우 2~5단이라고 했다. 생각시간이 2시간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실제 충격적인 3연패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이세돌 9단이다. 세계 최강이라는 이 9단은 알파고를 이겨야겠다는 일념으로 3국부터는 프로기사로서는 잘 두지 않는 위험천만한 강수를 연발했다. 4국에서는 알파고가 엄청난 손해를 불러오는 ‘떡수’를 3차례 이상 두었기에 승기를 잡았다. 알 수 없는 상대를 향해 실험 대상이 된 듯한 그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팬들은 안쓰러움마저 느꼈다.

기계와 인간의 대국이라는 전혀 새로운 대국 방식은 인간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았다.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판 앞에 선 이는 구글딥마인드 직원인 아자 황 박사다. 아마 6단의 실력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세돌 9단을 쳐다보지 않고 왼쪽의 컴퓨터 모니터만 주시한다. 바둑돌을 놓을 때는 고수의 손맛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초급자처럼 얹는다. 이런 분위기는 이세돌한테는 매우 낯선 것이다. 5시간 동안 한 번도 화장실을 안 간다. 이 때문에 평균 2차례 자리를 비우는 이세돌은 거의 5~6분의 시간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생각시간을 2시간 준 것도 인간보다 컴퓨터에 유리했다. 40대의 컴퓨터에 1200여개의 중앙연산처리장치와 200여개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알파고의 인공신경망은 초당 수만개의 확률을 연산하는데, 평균 1분 정도를 돌려야 이기는 수를 찾아낸다. 추형석 선임연구원은 “무조건 30초 안에 두는 판후이와 알파고의 비공식 속기대결에는 알파고가 3승2패로 두 번 진 적이 있다. 그래서 이세돌과의 대국에서는 생각시간을 늘렸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기사들은 대국 전 상대 기보를 연구한다. 그러나 알파고의 기보는 판후이 2단과의 기보밖에 참고할 자료가 없었다. 조혜연 9단은 “상대를 모르고 두는 것과 똑같다. 베일에 가린 상대를 만난 것과 같다”고 했다. 구글의 대국 제안을 가볍게 받아들인 것이 이세돌 9단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국기원이 좀더 심사숙고하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구글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전산학을 강의하는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이티(IT) 세계에서는 생리상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을 수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 이벤트 하듯이 소프트웨어를 실험하는 것은 과학철학적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만수 8단은 “기존에 효율적으로 생각했던 정석이나 수순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바둑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도 “알파고의 승리가 바둑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질병 예방 등 건강 관리나 기후변화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에서 자신의 바둑 기풍을 버리고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우악스런 수도 서슴지 않고 두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이기는 수를 두는 알파고를 제압할 방법은 달리 없었다. 김만수 8단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바둑의 아름다움은 없다. 인간과 인간의 싸움에는 가치관의 대결이 가능하지만, 컴퓨터는 오로지 이기는 쪽으로만 두기 때문이다. 그 컴퓨터를 상대로 이세돌이 직관과 감으로 활로를 찾았다”며 높게 평가했다.

데이비드 실버 알파고 수석개발자는 “알파고가 반복적으로 축적한 지식에는 허점이 있다. 오늘 중앙에서의 수준을 보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에 들게 했다. 시스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1승3패로 승패는 갈렸지만 이세돌의 5국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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