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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4 09:08 수정 : 2016.03.14 09:08

알파고

수학자 김용환 박사 “알파고, 상대 약점 찾기보다 자기만의 바둑을 둔다”
“알파고의 지적, 바둑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

“프로기사들도 바둑에 대해 잘못 아는 부분이 있습니다. 1% 정도 되는 오류죠. 알파고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승리하는 겁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제5국에서 이세돌이 이간다 해도 인간의 2-3 패배다.

이세돌의 드라마 같은 ‘3전4기’로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5-0 완승을 예상했던 바둑계의 충격은 여전하다. 알파고가 무엇이 다르기에 인간 최고수를 상대로 이토록 놀라운 성적을 이어갈 수 있는 걸까.

수학 박사이자 바둑 애호가로 바둑 종반에 나오는 ‘끝내기’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연구해온 김용환(52) 박사는 알파고가 우세를 보이는 이유를 ‘인공지능의 막강함’이 아닌 ‘인간 바둑의 허점’에서 찾았다.

김 박사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프로기사에게 별로 어렵지 않은 ‘끝내기’라고 하더라도 수학의 ‘조합게임이론’으로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미세한 오류가 있다”면서 “알파고는 그와 유사한 방법론들을 프로기사보다 많이 알기에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4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바둑이지만 그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검토해 보면 오류가있다는 게 김 박사의 지적이다. ‘선수(상대방이 받아 줘야만 하는 수)’, 끝내기 상황에서의 ‘큰자리’, ‘작은자리’ 등 바둑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에서도 수학적인 오류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김 박사는 “바둑은 상대방이 모르는 부분을 추궁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을 활용해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게임이지만 알고 있는 부분에 오류가 있다면 이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계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실수로 보였던 알파고의 수가나중에 보니 ‘묘수’인 경우가 많았다. 한 프로기사는 “저것은 인간이 둘 수 없는 수”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알파고는 바둑의 부분과 전체를 잘 알고 있다” 면서 “그러다 보니 몇몇 프로 해설자들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기고, 나중에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바둑이 인공지능에 졌다며 낙담할 게 아니라 이제 바둑 전문가인 알파고의 지적을 어떻게 바둑계가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딴 김 박사는금융계를 거쳐 현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자신의 기력을 ‘아마 5단 수준’이라고 소개한 그는 2014년 8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미세한 바둑 끝내기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알파고가 상대의 약점을 찾기 보다는 ‘반전무인(盤前無人·바둑 대국에 임할 때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아야 함을 이르는 말)’의 자세로 이기기 위한 바둑을 두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최고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바둑’을 둬 나가고 있다”면서 “이세돌도 ‘자신의 바둑’으로 인류의 자존심을 마저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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