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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부족이 빚은 ‘도쿄 참사’…2경기 23피안타 14사사구 21실점

등록 2023-03-11 10:54수정 2023-03-11 11:48

2023 WBC 1라운드 조별리그
호주전 충격 패 이어 일본전 패배
투수진 15명 중 11명 국제 경험 부족
어린 투수들 집단 컨디션 난조
이의리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조별리그 본선 1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자신의 투구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의리는 이날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3볼넷을 내줬다. 도쿄/연합뉴스
이의리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조별리그 본선 1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자신의 투구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의리는 이날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3볼넷을 내줬다. 도쿄/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 캠프 때부터 이강철 세계야구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걱정한 것은 투수들의 컨디션이었다. 오락가락 추운 날씨에 훈련이 계속 차질을 빚으면서 투구수를 늘려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귀국일까지 공을 던져야 할 정도였다. KBO리그보다 표면이 미끄러운 공인구(롤링스)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다행히 팀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팀 분위기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공의 제구를 잡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 9일 호주전(7-8), 10일 일본전(4-13)에서 상대에 총 21점(모두 자책점)을 내줬다. 2패를 하는 동안 23안타를 두들겨 맞았고, 14사사구(볼넷 10개+몸에맞는공 4개)를 내줬다. 피안타율 0.342. 도쿄 현장의 한 해설위원은 “스트라이크를 전혀 던지지 못한다. 이게 한국 야구 현실”이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대표팀 15명 투수 중 7명은 태극 마크를 처음 달았다. 대표팀 경험이 있는 8명 중 고영표, 원태인, 이의리 또한 도쿄올림픽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국가대표다. 구창모도 대표팀 투수로 단 1⅓이닝(2017년)만 던졌을 뿐이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는 대표팀 투수들이 몸도 덜 만들어진 3월에 한일전 등 중압감 심한 경기에 나섰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대표팀 한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 애초 정우영, 이의리를 불펜에서 주효하게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의리는 대회 직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홀드왕 정우영은 연습경기 동안 오락가락 롤러코스터 투구를 보였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의 신뢰를 받기는 어려웠다. 구창모 또한 끝까지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세이브왕 고우석마저 평가전 도중 어깨 통증을 느껴 호주전에도, 일본전에도 던질 수가 없었다. 15명의 투수가 있었지만 믿고 쓸 투수가 부족하니 이강철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초반 3-0으로 앞선 일본전에서 3회 갑자기 난조를 보인 김광현의 교체 시기를 놓친 이유다.

김윤식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이날 3타자를 상대하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고 2볼넷 1몸에맞는공을 내줬다. 도쿄/연합뉴스
김윤식이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이날 3타자를 상대하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고 2볼넷 1몸에맞는공을 내줬다. 도쿄/연합뉴스

김광현 이후 마운드에 오른 젊은 투수들은 부담감 때문에 제구가 되지 않았는지 실투를 연발했고 결국 대량 실점을 하고 말았다. 2021년 신인왕 이의리는⅓이닝 동안 볼넷 3개만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창모 또한 ⅓이닝동안 2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김윤식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볼넷 2개와 몸에맞는공 1개만 허용했다. 볼만 계속 던지는데 3타자 의무 상대 규정 때문에 더그아웃의 코칭 스태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날 대표팀 10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세웅만이 그나마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추신수는 지난 1월 대표팀 구성을 보면서 “언제까지 김광현이냐, 양현종이냐”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과거 학폭 문제로 여론상 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안우진을 제외하면 현재 리그 최고 투수는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였다. 이번 대표팀에 뽑히지 않으면 더 이상했다. 추신수는 미래 운운했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구위가 가장 좋고 가능성 있는 어린 투수는 이번에 거의 대표팀에 발탁됐다. 2023년 3월 도쿄돔 참패는 현재 KBO리그 투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하겠다.

한국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금메달), 2009 WBC(준우승)를 통해 ‘봄’을 맞았다. 하지만 여름, 가을을 지나 기나긴 겨울을 맞고 있다. 2023 WBC는 2009년에 멈춰버린 KBO리그의 자화상이다.

도쿄/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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