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9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삼성과 1차전에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균 솔로포·이범호 쐐기포 쾅…쾅…
한화, 삼성에 5-0 승…류현진, PS 첫승
한화, 삼성에 5-0 승…류현진, PS 첫승
3-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만루. 작년 KIA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이현곤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은 기억도 날 만했다. “정말 죽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류현진(20·한화)은 삼성 후속타자 김한수를 상대로 있는 힘껏 공을 뿌렸고, 148㎞ 직구(이날 최고구속)에 밀린 타구는 짧은 우익수뜬공이 됐다. 3루주자는 움직이지 못했다. 대타 박정환이 볼카운트 1-3에서 볼을 건드려 파울을 만들어내자 비로소 류현진은 “해볼 만하겠다”고 느꼈다. 류현진은 박정환과 다음 타자 강봉규를 연이어 130㎞ 초반의 체인지업을 이용해 삼진으로 엮어냈다. 류현진이 비로소 큰 무대에서도 괴물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정규시즌 3위 한화가 9일 대전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삼성과 1차전에서 선발 류현진의 6⅔이닝 8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와 김태균·이범호의 홈런포를 앞세워 5-0 완승을 거두고 안방에서 먼저 웃었다. 1989년 이후 역대 16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100%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류현진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2회까지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초구에 스트라이크(파울 포함)를 잡은 것이 3번뿐. 1, 2회 연속 1사 1·2루 위기를 맞은 것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꽂기 위해 던졌다가 얻어맞은 안타 때문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2회말 팀타선이 선취점을 뽑아낸 뒤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3회부터 5회까지 11명의 타자를 맞아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3-0으로 앞선 6회에는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는 안도 때문인지 다시 초구에 볼을 남발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잘 극복해냈다. 류현진은 “작년에 못해서 올해는 각오가 남달랐다. 6회 때는 병살타를 유도하려고 공을 낮게 던진 게 주효했다”고 했다. 평소보다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 류현진의 이날 투구수는 128개였다.
타선에서는 김태균·이범호가 힘을 과시했다. 시즌 중 삼성전 타율이 0.143에 불과했지만 경기 전 “현재 내 컨디션은 평소의 120%”라고 했던 김태균이 4회말 솔로포를 터뜨렸고, 삼성전에서만 홈런 3개를 뿜어냈던 이범호가 3-0으로 앞선 6회말 쐐기 투런포로 뒤를 이었다. 이범호는 준플레이오프 최다홈런 기록(5개)을 세웠다.
감독 작전에서도 김인식 한화 감독의 완승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베테랑 조원우를 빼고 데뷔 후 포스트시즌 첫 출장인 연경흠을 7번 타순에 배치했다. 연경흠은 2회말 2사3루서 낮은 몸쪽공을 툭 건드려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한화가 기선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면, 선동열 삼성 감독은 한화 포수 신경현의 어깨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발빠른 신명철을 1번 타순에 올렸지만, 역시나 포스트시즌 첫 출장인 신명철이 출루에 매번 실패하면서 작전은 실패했다.
이날 경기장엔 야마모토 고지 일본 대표팀 수석코치 일행이 전력탐색차 모습을 드러냈다. 2차전은 10일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열린다.
대전/김양희 홍석재 기자 whizzer4@hani.co.kr
김인식 감독 “실투 안놓쳐” 선동렬 감독 “초반 기회 놓쳐”
“상대 선발이 실투를 했다.”(김인식 한화 감독)
“나란히 찾아온 초반 기회를 우린 놓쳤고, 한화는 점수로 연결했다.”(선동열 감독)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놓고 감독들의 평가가 갈렸다.
김인식 감독은 “브라운이 제구가 좋은 편인데, 실투한 공을 김태균과 이범호가 놓치지 않고 잘 쳤다”고 말했다. 6회 무사만루의 위기를 맞은 류현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김 감독은 “이번 시합을 계기로 한단계 성숙해질 것”이라며 “투구 수가 좀 많은 것은 걱정이 되긴 한다”고 덧붙였다. 정규시즌에서 활약하지 않던 연경흠이 첫 적시타를 친 것에 대해 그는 “낮아서 굉장히 치기 어려운 공이었는데, 상대 투수나 포수 모두 사기를 저하시킬 정도로 놀라운 배팅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선동열 감독은 “선취점에서 보여지듯이 집중력의 차이,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브라운에게 미련을 가졌던 것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선 감독은 이어 “역시 단기전에서는 불펜 쪽으로 가는 게 좋은 것 같다”며 “기동력을 원했는데, 아무래도 1번 쪽은 바꿔 내일은 왕창 쏟아붓는 마음으로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에 대해선 “무실점으로 막긴 했지만, 예전 한참 좋았을 때의 구위는 아닌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대전/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김인식 선동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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