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드래건스 이병규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07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챔피언결정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2차전 경기에서 7회초 무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2타점 3루타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주니치 “일본시리즈 1승만 더”
이병규는 요즘 말이 없다. 경기장을 오가며 잠시 여유가 생겨도 취재진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을 하지 않는다. 경기 전 연습 타격에서 타구의 절반 이상을 담장 너머로 날리면서도 묵묵하다. 도쿄돔 지붕이 연결되는 지점을 때리는 초대형 홈런이 터졌는데도 방망이를 고쳐 쥘 뿐이다. 그러나 그런 이병규도 일본시리즈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서는 2타점 3루타를 때린 뒤에는 주먹을 내뻗으며 환호했다. 연달아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를 터뜨리고는 손을 치켜들고 환하게 웃었다.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 스테이지2(센트럴리그 챔피언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주니치 드래건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7-4로 따돌리고 일본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삼진 2개와 뜬공 하나의 성적으로 또 부진을 거듭하는가 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승부처에서 빛났다. 그는 주니치가 3-1로 앞서던 7회 무사 1·2루에서 시속 146㎞짜리 높은 쪽 직구를 그대로 당겨 쳐 우중간을 갈랐다. 올 시즌 한 개의 도루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근질근질하던 발로 3루까지 내달렸고, 앞선 타자들이 모두 홈으로 들어오면서 점수 차를 5-1로 크게 벌리면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2점 차로 쫓기던 9회엔 상대 팀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의 시속 139㎞ 낮은 쪽 직구를 받아쳐 쐐기 1점홈런을 뽑아냈다.
1차전에서 뜻밖의 선발카드로 완승을 거둔 오치아이 히로쓰미(54) 감독이 이번엔 절묘한 방망이 작전을 선보이면서 팀도 승리했다. 4회 1사 1루 상황에서 투수 가와무라 겐신의 번트 기회에서 오치아이 감독은 갑작스런 버스터(번트 자세에서 타격으로 전환)를 선택했다. 평범한 유격수 앞 병살타 상황이 1사 1·2루로 바뀌었고 곧바로 2타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전날 벤치싸움에서 완패를 의식한 듯 하라 다쓰노리(49·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은 2차전에선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봤지만 방망이가 터지지 않으니 작전도 소용이 없었다. 1·2번 타자가 단 1개의 안타도 쳐내지 못했고, 2회부터 5회까지 팀 전체가 무안타로 헛손질을 거듭했다. 선발 1루수 겸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이승엽마저 4회, 6회 잇달아 병살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요미우리는 6-1로 뒤지던 7회 콜린스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2짜리 3점 홈런으로 추격에 나서봤지만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이와세 히로키 공략에 실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