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수면제 먹고 8시간 푹 잤는데, 오늘 몸이 가뿐했습니다.”
올해 초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했던 김재현(32·SK). 2007년은 그에게 최악의 해였다. 84경기에서 타율 0.196에 홈런 5개, 타점은 불과 19개에 그칠 정도로 역대 가장 저조했다. 1차전에선 7번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3타수 1안타에 그쳐 2차전에선 아예 선발출장 명단에서 빠졌다. 그때 팀은 2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잠을 3시간밖에 자질 못했어요. 이를 악물고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가 수면제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었다.
그는 “시즌 초반 플래툰 시스템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면서 서운했다”면서 감정이 상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감독께서 믿고 맡겼는데, 그에 보답하게 돼 이젠 너무 다행이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김재현은 2007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상금 1천만원·부상 320만원 상당 LCD텔레비전)의 영광을 안았다. 6차전 쐐기 홈런까지 팀이 4연승을 거둔 4경기에서 20타수 5안타(2홈런·타율 0.400) 4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기자단은 71명이 투표에 참여해, 86.7%인 65명이 그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뽑았다. 그는 “시합을 못 뛰어도 믿고 따라준 후배와 격려해준 선배들에게 고맙다. 끝까지 믿어주신 감독님에게도 정말 감사한다”고 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살아난 김재현의 부활이 아름답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