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 예선 돌아보니
“희망을 봤다.”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에 출전한 한국야구대표팀은 일본과 경기에서 아마추어 대회 관례를 무시한 선발명단 제출방식을 택해 꼼수 승리를 노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일본과 정면대결로 한장뿐인 베이징행 티켓을 노리는 대신, 에이스 류현진을 대만전에 투입해 ‘체면 차리기’를 바랐다는 눈총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아직 기회가 남았다. 내년 3월 멕시코·캐나다·호주 등 8개국이 참가하는 2차 예선에서 3위 안에 들면 본선진출이 가능하다.
■ 대표팀은 ‘물갈이’ 중= 마운드가 젊어졌다. 에이스 류현진(한화)과 한기주(기아)가 20살에 불과하고, 오승환(25·삼성) 장원삼(24·현대) 권혁(24·삼성) 등 눈에 띄는 구위를 보여준 투수들 대부분이 어렸다. 타선에서 이종욱(27) 고영민(23) 민병헌(20·이상 두산) 정근우(25·SK)가 ‘발야구’를 주도했고, 주포 이대호(25·롯데)도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하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일본과 경기에 진 뒤에도 “이들로 내년 2차 예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 탄탄해진 국내파= 해외파 투수를 중심으로 전략이 꾸려지던 대표팀에서 오히려 국내파가 탄탄해졌다. 이번 대회에 박찬호·류제국(이상 투수)과 이병규(주니치 드래건스)를 제외한 21명이 국내 선수들이다. 특정 해외선수에 의존해 투수전을 펼쳐왔던 한국이 이들만으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 껑충 자라난 국내파의 기량에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던 해외파의 힘이 더해지는 내년을 기대할 만하다.
■ 힘못쓴 중심타선= 아쉬움도 적지 않다. 결정적인 기회에 김동주-이대호-이병규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침묵했다.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허점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을 받쳐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병규는 라면을 사러가는 듯한 느슨한 플레이로 ‘라면수비’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타이중/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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