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토 페타지니(37·베네수엘라)
투수 대신 타자 ‘깜짝 영입’
예전기량 나올지는 미지수
예전기량 나올지는 미지수
5월 10경기에 75실점. 프로야구 최하위로 처진 엘지(LG) 마운드는 완전히 붕괴됐다. 그런데 구단이 전혀 다른 카드를 빼들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을 거듭하는 엘지에 일본시절 ‘외국인선수의 전설’로 불리던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37·베네수엘라)가 합류한다.
엘지는 최근 9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처져 있지만, 아직 6위 우리와 2.5경기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언제든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문제는 타격과 마운드, 모두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는 점. 이번 시즌 내내 경기 당 평균 5.30점을 내주고, 3.79점 밖에 뽑지 못했다. 어느 쪽을 먼저라 할 것 없이 투타 양쪽이 모두 급하지만, 엘지는 “투수보다는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쪽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타자를 택했다.
페타지니는 1999~2004년까지 6년간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타율 0.317, 223홈런, 594타점을 기록했다. 일본무대에 나선 첫해 44개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센트럴리그 1위에 올랐고, 2년 뒤엔 홈런·타점 부문 2관왕에 오르며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일본 데뷔 당시 6000만엔(6억원)이던 연봉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2003년부터 두 시즌 동안 7억2000만엔(72억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페타지니가 엘지의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페타지니는 2003년부터 2년간 무릎부상 등으로 100·11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홈런도 2002년 41개를 정점으로 34·29개, 하향세를 보였다. 2004년엔 타율도 첫 2할대(0.290)로 떨어졌다. 2005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보이지 못한 채 이듬해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일본 복귀를 모색하다가 한 해를 쉬기도 했다.
엘지는 페타지니가 올해 멕시코리그 멕시코 디아블로스에서 37경기 타율 0.372, 6홈런, 27타점으로 다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엘지 스카우트팀 나도현 과장은 “지난달 멕시코에서 더블헤더를 치르는 걸 봤는데, 기량과 부상 등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홈런도 좋지만, 타점이 항상 많았던 선수인 만큼 기회가 왔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타지니는 14일 국내에 들어와 신체검사·비자문제를 해결한 뒤 이르면 이번 주말(광주 기아전) ‘엘지 구하기’에 투입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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