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6년 역사에 정규이닝(9회) 경기론 가장 긴 혈전(5시간)을 치른 다음날인 25일 잠실구장. 기아)와 엘지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 석양을 듬뿍받은 3루쪽 관중석은 노란 막대풍선으로 출렁였다. 엘지 안방이었지만, 기아팬들이 3루쪽과 외야 응원석을 먼저 메웠고, 경기개시 뒤 엘지의 공격이 시작된 1회말에야 외야를 포함해 1루쪽 응원석도 가득찼다.
‘부산갈매기’ 롯데 돌풍으로 시작된 2008 프로야구 흥행이 이젠 기아 ‘열풍’으로 번져가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잠실구장이 매진사례를 보인 것은 올 시즌 두번째(두산-롯데전). 하지만, 엘지 안방경기로는 2001년 8월11~12일(당시에도 기아전) 이후 6년10개월여 만이다.
우선 시즌 흥행은 롯데가 먼저 불을 지폈다. 봄에만 반짝한다는 ‘봄데’ 악몽을 떨치고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안방 22경기 중 9번을 매진시켰다. 방문경기까지 포함하면 15차례나 된다. 김진 두산 사장이 롯데 3연전에서 2번의 매진으로 6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뒤 “져도 롯데만 잘하면 좋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5월부턴 기아의 선전도 전통팬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죽음의 9연전’에선 기아가 6승2패로 회생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3연승을 거두자 광주구장은 바로 17일 만원사례를 보였다. 특히 24일 엘지와 32안타의 공방전 끝에 15-13으로 승리한 기아는, 다음날 여세를 몰아 13-2로 압승을 거둬 불붙은 흥행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올 시즌 안방 4차례 매진을 기록한 기아는 롯데 방문대진이 2번 있긴 하지만, 방문경기에서도 벌써 7번을 기록 중이다. 롯데와 기아가 시즌 29번의 총 매진 경기에 뛴 횟수가 20경기에 이른다.
여기에 선두 에스케이의 부진도 작용하고 있다. 에스케이는 한때 승률이 8할에 이르렀지만, 5월 들어 두산 3연전을 내주는 등 11승9패로 발목이 잡히면서 야구판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6~8위 승차가 1.5경기에 불과하고, 2~5위도 3.5경기차로 다투고 있다. 연일 꼴찌싸움을 하는 기아와 엘지가 만원관중을 불러올 정도가 된 것이다. 잠실의 두 경기 연속매진이 있었던 2001년에도 기아는 엘지를 반 경기차 앞선 5위로 시즌을 끝냈다. 프로야구는 지난 24일 185경기 만에 203만8248명의 관중을 불러모아 1996년 173경기 이후 12년 만에 최소경기 200만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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