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가득염 전날 기아전 진기록
프로야구 에스케이(SK)와 기아가 맞붙은 27일 광주구장에선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줄 장면들이 여럿 나왔다. 1-4로 뒤지던 7회 박재홍이 만루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자, 이재주가 동점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양팀을 합쳐 무려 16명의 투수가 나왔고, 4시간44분 연장 혈투를 끝에 12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대타 김재현의 극적인 만루 홈런으로 승부가 갈렸다. 대타 만루 홈런은 프로야구 27년 역사에서 27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박재홍은 극적인 역전 만루 홈런으로 위태롭던 연속 안타 기록도 24경기로 늘렸다.
하지만 이보다 깜짝 놀랄 기록을 만든 것은 데뷔 17년만에 첫 안타를 친 에스케이 투수 가득염(39). 가득염은 팀이 5-4로 앞선 7회말 등판했다가 선발 출전했던 박재홍이 우익수로 투입되면서, 지명타자가 없어지자 8회초 타석에 들어섰다. 가득염은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투수 유동훈의 공을 밀어쳐 깨끗한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1992년 롯데에 입단한 가득염은 수비위치 변동에 따라 3차례 타순에 오른 것으로 기록된 적은 있지만, 실제 타석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바로 안타를 쳐 버렸다. 17년간 통산 1타수 1안타, 타율과 장타율은 단숨에 10할이 됐다. 또 공식 기록에 잡히진 않지만 가득염은 이날 현역 최장기간 첫 안타 기록을 깼다. 17년차 이상 현역 투수는 가득염을 포함해 10명. 이 가운데 최향남(19년차) 염종석(17년차·이상 롯데) 정민태(17년차·KIA)는 타석에 한 차례도 선 적이 없다. 정민철(17년차·한화) 이상목(19년차·삼성) 조웅천(19년차) 김원형(18년차·이상 SK)은 1~5차례 정도 타석에 섰지만 안타를 뽑지 못했고 권준헌이 1991년 데뷔 2년만에, 송진우는 13년만에 안타를 뽑아낸 바 있다.
가득염은 “대학 시절을 포함해서 21년만에 첫 타석이었다. 가볍게 맞추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공이 와서 맞아준 데다 실제 안타가 되니까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며 “맞는 순간 감이 대단히 좋긴 했지만, 또 대타로 나갈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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