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
에스케이 불펜투수 윤길현(25)이 지난 15일 문학구장에서 기아 최경환(36)에게 위협구를 던지며 보인 비신사적인 행동을 두고 야구팬들이 들끓고 있다. 급기야 50여명의 기아 팬들은 에스케이와 두산 경기가 열린 지난 17일 잠실구장 외야에 펼침막을 내걸었고, 선수단 버스를 저지하는 행동까지 벌였다.
윤길현이 직접 최경환에게 사과 전화를 했고,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자중하라는 뜻에서 윤길현을 숙소에 남겨두고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윤길현과 에스케이, 나아가 한국야구위원회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윤길현이 보인 행동의 잘잘못은 제쳐두고라도, 에스케이 구단 차원에서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아 넘긴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허구연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구단 차원에서 좀더 강력한 조처를 취한 뒤 언론에 이를 공식적으로 내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17일 윤길현이 잘못했기에 숙소에 남으라고 했다고 말했지만, 문제가 발생한 지 이틀 뒤였다. 에스케이는 파장이 더욱 커지자 18일 뒤늦게 윤길현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조처를 취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라운드에서는 선후배가 따로 없다”는 김성근 감독의 철학이 자칫 왜곡돼 전달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후배라도 선배와의 기싸움에서 지지 말고 당당히 하라는 게 본뜻일 것이다. 11살이나 많은 야구 선배에게 욕설하며 함부로 행동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최근 에스케이 경기를 보노라면 마치 매일 한국시리즈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매 경기 여유 있게 리드를 할 때도 악착같은 승부를 펼치다 보니,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도 어느새 에스케이 경기에 눈길을 덜 돌리게 된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7할 승률을 눈앞에 둔 에스케이가 올스타 인기투표에 포지션별 1위를 한 명도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 팬들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네거티브 응원전’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응원문화는 소속 팀의 명예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에스케이가 이번 사태의 원인과 파장을 정말 심각하게 곱씹어보아야 함은 물론이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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