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 등 주목받던 투수들 무너져
6년만에 김선빈 등 타자에 내줄수도
6년만에 김선빈 등 타자에 내줄수도
마운드를 4인치(10.16㎝)만큼 낮췄기 때문일까?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기회가 마운드에서 타석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환점을 돈 올 시즌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이 신인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애초 시범경기를 치를 때만 해도 신인왕은 투수 쪽이 유력해 보였다. 특히 정찬헌(22·LG)은 시범 경기 12회 무실점 기록으로 기대를 모았다. 정규리그에 들어서도 최고 구속 140㎞ 중반에 이르는 직구를 앞세워 무너진 엘지 마운드의 허리를 받쳤다. 하지만 주력 투수들이 무너진 뒤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6연패(1승7패)를 기록하면서 신인왕 ‘1순위’에서 멀어져 갔다. 한화 3선발을 꿰찬 중고신인 유원상(22)도 시즌 초반 4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한차례도 퀄리티 스타트(6회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다. ‘150㎞대 광속구’ 김성현(19)도 부실한 우리 마운드의 뒷문을 지켜줄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지만 5경기 구원 등판에서 한차례를 빼고 모두 실점을 허용하면서 2군으로 처져 신인왕 경쟁에서 밀려났다.
덕분에 2001년 김태균(한화) 이후 6년간 투수에게 신인왕을 내줬던 타자들이 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키가 1m64에 불과한 신장으로는 그렇게 야구하는 것은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김선빈(19·KIA)이 가장 먼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득점 뒤 하이파이브를 위해서 1m96의 최희섭과 점프를 해야할 정도로 왜소한 체격의 김선빈은 프로 데뷔 첫해 메이저리그 출신 발데스를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저조한 타율(0.259)이 아쉽지만,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 발군이다. 기습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거나 상대 수비위치에 따라 타격의 강약을 조절하는 야구 센스로 빛을 발하고 있다.
‘중고신인’ 최형우(25·삼성)도 눈길을 끈다. 최형우는 2002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경기에 나선 게 5시즌·60타석을 넘기지 않아 신인왕 자격을 갖췄다. 삼성에서 퇴출된 뒤 경찰청에서 절치부심, 외야수로 전향한 최형우는 이번 시즌 타율 0.292(192타수56안타) 10홈런 40타점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산 유격수 이대호의 수비 공백을 꼼꼼히 메우면서 타격(0.243)에서도 제몫을 하는 김재호(23·두산)도 이렇다할 후보가 없는 올해 ‘평범한 신인왕’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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