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승 롯데, 남은 경기 반타작 땐 9년만의 ‘가을야구’
“우리는 새로운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기록한 2일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홈런 하나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뽑은 강민호(23)도 “(요즘)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그럴듯한 게 롯데는 7월26일 사직 한화전 이후 져 본 적이 없다. 팀 타율(0.278)과 팀 평균자책점(3.53)에서 선두 에스케이(SK)에만 뒤진 2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투타 전력이 모두 탄탄해졌다.
타선에선 ‘판타스틱 4’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강민호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이 불을 뿜고 있다. 이들은 올시즌 롯데의 전체 469타점 가운데 303점을 합작했다. 최다안타 2위 조성환(122개)이 포문을 열면, 뒤에서 홈까지 불러들인다. 가르시아(홈런 1위·타점 2위) 이대호(홈런 6위·타점 4위) 강민호(홈런10위·타점 10위)는 점수를 뽑는 데 가공할 능력을 뽐낸다. 이들을 앞세워 롯데는 최근 9경기 연속 두 자리수 안타를 때려냈다. 연승을 달리는 사이 류현진(한화) 배영수(삼성) 김선우(두산) 심수창(LG) 등 각 팀 에이스급 투수들을 모두 무너뜨렸다.
마운드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구원진도 부쩍 튼튼해진 허리 구실로 팀을 떠받치고 있다. 시즌 중반 마무리로 나섰던 고참 최향남(37)이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꿔 최근 5경기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면서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불을 끄지 못하는 소방수라고 ‘불영식’으로 불리던 강영식(27)도 최근 15경기에서 단 두차례만 실점을 허용하며 ‘필승 카드’ 역할을 해줬다. 17년째 롯데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염종석(35)도 승리의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다.
마무리로 수혈된 데이비드 코르테스(35)는 지난달 29일 데뷔 무대에서 첫 세이브를 거뒀다. 이틀 뒤 두번째 등판에선 2점 뒤진 상황에 등판해 극적인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행운의 첫 승까지 따냈다. 두 경기에서 7타자를 상대로 안타와 볼넷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로 롯데의 뒷문 단속 걱정을 말끔히 지웠다.
롯데는 남은 경기에서 5할 승률만 달성해도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 반타작을 할 경우 68승 안팎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데, 이 경우 5위 삼성이 롯데를 뛰어넘으려면 7할 승률 정도를 거둬야한다. 9년만에 롯데의 ‘가을 야구’를 즐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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