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두번째로 1000승 고지에 오른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잡초처럼 굽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1000승에 내 인생이 담겨 있어요.”
김성근(66) 에스케이(SK) 감독이 3일 안방 문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0승(49무892패)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40여년 전 먼지 쌓인 이야기에 ‘훅’ 입김을 불어냈다. “마산으로 내려가는데 야구 못하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잘나가던 현역 투수 시절 어깨 부상을 당해 27살 나이로 마산상고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충암고-신일고-국가대표팀 코치를 거쳐 1984년 당시 오비(OB) 베어스에서 첫 프로팀 지휘봉을 잡았고, 그해 4월7일 엠비시(MBC) 청룡을 상대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그때부터 5개 팀(태평양·삼성·쌍방울·LG·SK)을 더 거쳤고, 25년간 17시즌을 치르면서 1000승째를 따냈다. 김응용 전 삼성 감독(현 삼성 라이온스 사장·1476승) 외엔 누구도 밟아본 적이 없는 대기록이다.
아무리 해도 하루에 1승 이상을 거둘 수 없는 게 야구인데, ‘1000승’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지도자로선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할 만큼 위기도 있었다. 2002년 엘지(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올려놓고도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로 옷을 벗었다. ‘야구의 신’이란 칭찬과 ‘외골수’ ‘고집불통’이란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설 땅이 없을 만큼 몰린 적도 있었지만, 이 세계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어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그는 요즘도 변화하고 있다. “하루하루 바뀌어 가는 게 좋아요. 그래서 아직까지 계속 야구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이날 에스케이는 선발로 나선 에이스 김광현이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애제자 김재현이 8회 쐐기 홈런 축포로 김 감독의 1000승 달성을 축하했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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