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6연전 ‘살얼음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지난 7일 삼성과 맞대결에서 패해 반 경기차 5위로 밀려난 김인식(61) 한화 감독이 비장하다. 자칫하면 ‘가을 야구’를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은 경기가 삼성보다 3경기 적어 최대한 승수를 벌려놔야 하는 처지다. 특히 9일 시작된 이번 시즌 마지막 6연전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자칫 여기서 궁지에 몰리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주초 3연전 상대가 꼴찌팀 엘지(LG)다. 이번 시즌 15경기를 맞붙어 11승4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로선 3연전 싹쓸이로 4위에 복귀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 그만큼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주말 3연전엔 한 치 여유도 부릴 기색이 없는 선두 에스케이(SK)가 기다리고 있다.
7월5일 이후 최근 25경기에서 류현진을 제외하고 선발 투수가 단 1승도 올리질 못하고 있는 게 큰 걱정거리다. 김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이 따로 없다”며 ‘벌떼 마운드’로 총력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번 6연전이 끝나면 2~4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어, ‘필승 카드’ 류현진을 한 경기씩 걸러가며 투입할 수도 있다.
시즌 막판 분위기를 타고 있는 삼성은 마지막 고비에서 2~3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롯데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양팀이 이번 6연전에서 삼성을 호락호락하게 대할리 없다. 두산은 올림픽 이후 12경기에서 7할에 육박하는 승률(0.667·8승4패)로 상승세가 무섭다. 롯데도 ‘판타스틱 4’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강민호를 앞세워 지는 법을 잊은 듯 최근 16경기에서 15승(1패)을 거두고 있다. 삼성은 방망이가 매서운 맛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윤성환이 6연전에 한 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한때 “남은 시즌을 용병없이 가겠다”고 선언했던 선동열(45) 삼성 감독이 마지막 카드로 뽑아든 외국인선수 에니스(29)가 이번 6연전 가운데 두 경기를 맡아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열쇠를 쥐게 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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