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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노장의 대기록 ‘아직도 진행중’

등록 2008-09-19 18:42

양준혁(39·삼성)
양준혁(39·삼성)
‘1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양준혁
“홈런왕은 못됐지만…”
통산 최다 고지 눈앞

“아직 한화와 4위 싸움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양준혁(39·삼성)은 데뷔 후 1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대기록을 세우고도 “팀이 승리하는 게 중요하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며 담담해 했다. 하지만 단순히 프로에 몸을 담고 시간만 보낸다고 해서 쌓이는 그런 기록이 아니다. 까마득한 시간이 됐지만 1993년 삼성에서 프로에 입단한 첫해 130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기록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9년 연속 3할 타율을 때렸다.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때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당시엔 100안타를 때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위기도 있었다. 2002년엔 갑작스런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108안타에 그쳤다. 2005년엔 103개, 겨우 3개 차이로 세자릿수 안타 기록을 유지했다.

이번 시즌에도 양준혁은 중반까지 극도의 타격 부진을 보이면서, 이제 대기록이 끊어질 때가 온 듯했다. 지난해 당한 발목 부상이 계속 타격을 방해했다. 어느덧 나이도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7월초까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멈춰 있었고, 한때 2군으로 떨어지는 수모도 당했다. 당시 양준혁은 “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인터뷰하기조차 어렵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림픽 휴식기간을 전후해 급격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때부터 타율이 0.348(69타수24안타)에 이르는 고감도 타격감을 되찾더니, 11일부터 5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린 끝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1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는 아프지 않고 이어온 기록이라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낄만한 기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목표가 남아있다. 홈런 2개만 더 터뜨리면 역시 데뷔 후부터 이어오고 있는 1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대기록도 달성할 수 있다. 개인 통산 홈런도 339개째여서 이 기록이 달성되면, 장종훈 현 한화 타격코치가 갖고 있는 역대 최다 홈런 기록(340개)은 저절로 깨진다. 남들처럼 화려한 ‘홈런왕’ 타이틀을 한번도 얻어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많게는 33개에서 적을 땐 13개까지 차곡차곡 담장을 넘기면서 만든 소중한 기록이다. 4일 기아(KIA)전 이후 14일째 홈런포가 침묵하고 있어 조바심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조심스레 옷깃을 여몄다. “꼭 한번 해보고 싶던 홈런왕이 못됐지만, 그게 쌓이고 쌓여서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이 보이니까 그걸로도 만족스럽습니다. 나이가 벌써 마흔인데 400홈런이나 칠 수 있을까요? 일찍 프로를 시작한 기량 좋은 후배들이 500홈런을 넘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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