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기분을 낸 탓일까? 프로야구 롯데가 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16일 대전 한화전 이후 6경기에서 내리 졌다. 사람들은 이걸 롯데가 너무 서둘러 터뜨린 ‘샴페인의 저주’ 때문이라고 했다. 이전 25경기에서 23승2패, 믿기 어려운 9할대 승률을 기록했던 롯데였다. 6연패는 지난 6월초 이후 100여일만에 당한 이번 시즌 최다 타이다.
한때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2위 자리를 놓고 두산과 엎치락뒤치락 했다. 이 경우 포스트시즌에서 최대 5경기까지 힘을 비축할 수 있다. 하지만 3연승을 달린 삼성에 2.5경기차까지 추격을 허용해, 자칫 3위 수성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총력을 펼쳐야 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팀 분위기마저 가라앉고 있다.
상위권 팀들만 놓고 비교해보면 애초부터 롯데는 주루플레이와 수비 등 공수 양쪽에 불안 요소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수비에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6경기에서 기록된 실책은 경기당 1.2개에 불과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6연패째를 당한 24일 대구 삼성전에선 실책성 플레이 때문에 경기를 거저 내주다시피 했다. 이날 선발 조정훈의 7실점 가운데 자책점은 3점에 불과했다.
?3회엔 평범한 내야 땅볼을 1루수와 투수의 사인이 맞지 않으면서, 송구 실책으로 2점을 내줬다. 4회 1사 1, 3루 상황에서도 외야수가 처리한 뒤 홈에서 승부를 펼쳐야 할 짧은 뜬공을 내야수가 처리하면서 추가점을 헌납했다. 포스트시즌에선 한 두차례 실책이 가을 야구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제리 로이스터(56) 롯데 감독의 더 큰 걱정은 단기전에서 절대적인, 마운드의 부진이다. 선발진이 최근 6경기에서 평균자책 7.4점(31⅔회·31실점)으로 5패(무승)를 당했다. 이 사이 불펜진도 무실점 경기를 한 차례밖에 기록하지 못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롯데 벤치는 최상의 불펜 조합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2, 3위를 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언제나 챔피언처럼 경기를 하라”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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