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안방 63경기에 무려 137만9735명 ‘갈매기 팬’이 찾은 부산 사직구장. 28일 롯데의 정규리그 최종전이 열린 이곳에선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축하하는 한판축제가 벌어졌다. 첫 무대는 ‘마술’같은 용병술로 시즌 내내 팬들에게 이기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이 열었다. 투수 교체를 위해 그간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들고 있던 야구공 대신 이날 그의 손엔 마이크가 쥐어져 있었다.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그는 경기에 앞서 허남식 부산시장과 듀엣으로 야구도시의 노래 ‘부산갈매기’를 구성지게 뽑아올렸다. 이번 시즌 시작 전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부산갈매기를 부르겠다”던 약속 그대로였다. 로이스터 감독은 “내 노래 때문에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내내 밝은 표정으로 ‘부산갈매기’를 끝까지 열창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도 ‘앵콜’은 없다. 이번 딱 한번뿐”이라며 안방 팬들에게 포스트시즌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팬들은 화끈한 응원전으로 ‘답가’를 대신했다. 곳곳에서 손에 신문지를 든 채 “쌔리라, 마!”(제대로 때려라)를 외쳤고, 경기가 후반에 접어들자 “봉다리, 봉다리”를 불러 머리에 잔뜩 부푼 주황색 비닐봉투를 둘러쓴 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멕시코 깃발을 든 팬이 홈 관중석 쪽에 등장하자 “가가가가가가갈~가르시아” 외침이 울려퍼졌고, ‘쌔끈 허벅지 대호오퐈, 함 쌔리주세요’란 플래카드를 든 응원에 이대호는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화끈하게 답했다.
시즌 21번째 만원 관중이 들어찬 이날 롯데는 기아(KIA)를 4-2로 꺾고 3연승으로 2008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안방경기를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롯데의 정규리그 최종전 매진사례는 1991년 이후 무려 17년만이다.
한편, 삼성은 이날 잠실에서 두산에 10-9로 승리하며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12년 연속 진출. 삼성은 초반에 5점을 뽑는 등 대량득점에 성공한뒤, 8회말 오승환을 상대로 김현수가 3점홈런을 치는 등 한점차까지 쫓아온 두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쳤다. 이로써 삼성은 5위 한화와 승차를 2경기로 벌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패해도 상대 전적에서 앞서 ‘가을축제’ 참가자격을 얻게 됐다.
목동에서는 올 시즌 역전패가 많았던 히어로즈가 1위 에스케이(SK)에 9회말 대역전극을 펼치며 4-3으로 승리했다. 3점차를 지키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투수 얀을 상대로 동점에 성공한 뒤, 강정호가 바뀐 투수 정우람을 상대로 끝내기안타를 때려냈다. 신인 투수 민성기는 9회 한타자만 잡고, 데뷔 3경기 만에 행운의 첫승을 거뒀다
부산/홍석재, 이완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