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의 팬들이 8일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삼성과 경기에서 홈팀인 롯데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8년만에 포스트시즌 축제 분위기
표 사려 결근, 경기 땐 시내 ‘썰렁’
표 사려 결근, 경기 땐 시내 ‘썰렁’
“회사는 어쨌냐고예? 야구가 중요하지, 배째랍니더!”
가을 축제가 시작됐다. 8년 만에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롯데가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이던 8일, 부산이 들썩거렸다. 경기장엔 3만여 관중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시민들은 집에서, 호프집에서 가을 야구를 만끽했다. 이날 한 경기에만 무려 4억500만원어치 입장권이 팔렸다.
경기 시작 전 사직구장 매표소 앞엔 긴 줄이 이어졌다. 하루 전부터 ‘밤샘용’ 텐트도 등장했다. 매표소 꼭지머리 자리를 차지한 김아무개(29)씨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수업도 째고(빼먹고) 30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선착순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일반석 표를 예매한 관중들은 경기장 문 앞에서 또다른 장사진을 펼쳤다. ‘부산·경남 롯데 자이언츠 골수클럽’ 소속 여중환(26)씨는 “고등학교 이후 8년 만의 포스트 시즌이다. ‘명당자리’를 차지하려고 어제 아침 6시부터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같은 클럽 한상원(38)씨는 “회사가 경남 양산인데, 무단결근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경기장 앞에 와 있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팀의 ‘혈투’가 벌어진 경기장 안에는 대형 풍선으로 제작된 ‘부산 갈매기’ 다섯 마리가 떠올라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외야 관중석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두려워 말라’라는 말을 딴 대형 펼침막이 등장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롯데 팬들은 ‘부산 갈매기’를 목놓아 부르며 가을 야구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날 롯데가 9점 차로 크게 졌지만, 대다수 팬들은 경기 막판까지 열띤 응원을 펼치며 2차전 선전을 기원했다. 일부 팬들은 삼성 쪽으로 승부가 기울자 관중석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파란 피’ 삼성 팬들은 두 개의 대형 사자 조형물을 뒤에 두고 “최강 삼성~”을 외치며 적진에 뛰어든 팀을 응원했다.
축제는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됐다. 택시기사 최우진(49)씨는 “이렇게 큰 경기를 할 때는 시내에 손님도 없다. (나도) 경기가 시작될 때쯤 퇴근해서 야구 보러 집에 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사직구장 주변에 평소보다 세 배 많은 3개 중대 병력을 배치했다. 이진형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부장은 “야구 문화가 잘 깔려 있는 부산이 야구 발전의 도화선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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