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충돌우려 응원단 철수
일부 팬들 레이저포인트 쏴
만원관중 실패 ‘겹망신’
일부 팬들 레이저포인트 쏴
만원관중 실패 ‘겹망신’
8년 만의 가을잔치를 함께 즐기는 법은 잊은 걸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사직구장. 롯데 팬들은 ‘그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하루 전, 큰 점수 차로 지는 데 흥분한 일부 롯데 팬들이 방문 응원단을 향해 욕설과 함께 음료수 깡통, 음식물 등을 던지면서 충돌을 빚자 삼성 쪽은 이날 따로 응원단을 조직하지 않았다. 삼성 팬들도 평소 관광버스 10대 가량을 이용해 응원을 하러 왔지만 이날은 2대로 80명 안팎 밖에 오지 못했다. 전날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선수들과 일체감의 표시인 ‘파란 피’ 유니폼도 벗었다. 이들은 의경 50여명에게 둘러쌓인 채 4시간여 동안 경기를 봐야 했다. 삼성 쪽은 “어제부터 응원단을 보호해 마찰을 사전에 차단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방문 팬들은 팀을 응원할 분위기를 빼앗겼고, 삼성 선수들은 ‘10번째 선수’들의 제대로 된 응원 없이 경기를 치렀다. ‘부산·울산·경남 삼성 라이온즈 팬 클럽’ 백종현 회장은 “극소수의 행동일 뿐이다. 부산이든, 대구든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홍준학 삼성야구단 홍보팀장은 “이틀 연속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면, 대구에서 안방 팬들과 롯데 방문 팬들이 자칫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어 응원단을 철수시켰다”고 했다. 롯데 팬들이 많게는 4000~5000여명씩 대구 방문길에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대규모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도 일부 롯데 팬들의 불미스런 행동은 계속됐다. 경기 도중 3루쪽 관중석에서 삼성 투·포수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쐈고, 타격 대기석에 있던 삼성 양준혁이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일부 관중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롯데 팬 박성혁씨는 “롯데가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이기고 싶은 욕심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런 행동을 하는 관중들은 진짜 롯데 팬이 아니다”라고 했다. 롯데가 이틀 연속 경기와 관전 태도에서 모두 진 이날 사직구장은 만원으로 예상했던 관중에 2천여명이 모자란 2만7559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부산/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