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이 22일 열린 주니치 드래건즈와의 1차전 8회말 무사 1루에서 높게 튀어오른 번트공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승엽에 번트 지시 결국 실패로
일본시리즈 진출 조급증 때문에
일본시리즈 진출 조급증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기던 감독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3-3으로 맞서던 8회말 무사 1루,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 점만 뽑으면 뒤에는 리그 최강 마무리 마크 크룬(35)이 버틴 상황.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50)은 앞선 3차례 타석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난 이승엽의 방망이를 믿지 않았다. 번트 사인이 떨어졌다. 벤치에는 아직 대타 자원으로 다카하시 요시노부(33)가 남아 있었다. 2구째 번트 댄 공이 터무니 없이 높이 뜨면서 이승엽은 1루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요미우리는 곧바로 볼넷 2개로 1사 만루 역전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대타로 낸 다카하시 요시노부마저 병살타를 치면서, 22일 안방에서 열린 ‘클라이막스시리즈 스테이지 2’ 첫판을 내줬다.
이승엽의 번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진을 거듭하던 지난해 여름에도 이승엽은 벤치 사인에 따라 번트를 댄 적이 있다. 이때 이승엽은 “내가 부족할 때니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보이던 8월말엔 일본 진출 뒤 2호 희생 번트를 성공시키고 “외국인선수가 아닌 요미우리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다. 팀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라며 번트 지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일본시리즈 진출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하라 감독의 조급증이 이승엽에게 큰 경기에서 갑작스레 시즌 첫 실전 번트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도 선수와 팀, 감독에게 모두 나쁜 상황이 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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