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변수네요.”
김경문(50) 두산 감독은 23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6차전을 앞두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찌푸린 하늘을 살폈다. 오후부터 실비를 뿌리던 하늘이 저녁 7시께 기어코 퍼붓듯 비를 쏟아냈다. 한때, 내야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에 방수포가 덮이면서 51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비가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구단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양동이와 스펀지로 내야에서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자리를 뜨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며 응원전을 펼치던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왔고 7시34분 심판진이, 7분여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면서 경기가 속개됐다. 이번 포스트시즌 첫 우천 경기 중단.
때아닌 불청객이 달아오른 가을 축제를 멈추진 못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벼랑끝 승부를 펼친 경기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투수들의 원활한 제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가 오락가락을 거듭하던 5회까지 두 팀 합쳐 무려 볼넷 12개를 내줬다.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인 15개(1992년 해태-롯데간 1차전)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삼성은 분수령이 된 4회에만 2볼넷, 1몸맞는공 등으로 뼈아픈 추가 2점을 내줬다.
“공이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선동열 삼성 감독 예상도 나쁜 쪽으로 맞아떨어졌다. 0-2로 뒤지던 4회 1사 1루, 맞는 순간 오른 담장을 넘어갈 것으로 보이던 삼성 최형우의 타구가 비바람을 타고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더니 외야 담장 앞쪽에 떨어졌다. 두산 입장에서도 충분히 잡을 만한 거리의 공을 우익수 유재웅이 낙구 지점을 완전히 잃으면서 추격점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결국 이날 한국시리즈행 티켓은 “비 오는 날 작은 실수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경계하던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챙겼다. 이날 경기가 5회 이전 비로 취소됐을 경우 한 경기를 더 치르는 것과 같은 피로를 감수할 뻔했던 두산은 한숨을 돌린 채, 26일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문학구장을 찾게 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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