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곰’ 맷 랜들(31)
‘미국산 곰’ 맷 랜들(31)이 두산에 ‘80%’ 우승 확률을 가져왔다. 이제껏 25차례(1985년 삼성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미시행)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게 20번이나 됐다. 1차전 선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는 국내 최고 왼손 선발로 꼽히는 김광현(20)이었다.
하지만 랜들은 ‘에스케이 킬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시즌 랜들은 에스케이(SK)를 상대로 6경기에서 2승1패, 2홈런밖에 내주지 않으면서 평균자책 1.27점 짠물 투구를 펼쳤다. 랜들은 이날도 5⅓회 동안 3안타(4볼넷), 1실점만 내주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이 “국내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수”라고 꼽을 만큼, 에스케이 쪽에서 경계를 했던 랜들이었다. 이날 랜들의 직구 최고 시속은 상대 선발 김광현보다 10여㎞나 뒤진 142㎞에 불과했다. 하지만 절묘한 세 가지 변화구(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에 4년째 한국 무대를 경험한 노련미까지 더해진 공으로 연방 에스케이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끌어냈다. 2회 김재현에게 얻어맞은 불의의 선제 홈런으로 1점을 내준 게 전부였다. 특히 랜들은 지난 22일 부친이 폐암 투병 끝에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슬픔을 잠시 접고 귀국까지 미룬 채 역투를 펼쳐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뒤를 받친 이재우(28)도 눈부신 투구쇼를 펼쳤다. 정규리그 평균자책 1.59점으로 든든한 불펜 임무를 수행해낸 이재우는 앞선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0회 동안 평균자책 1.80점, 1홀드 2세이브를 거뒀다. 이날도 이재우는 6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라 3⅔회를 볼넷 없이 3안타만 허용하며 경기를 마무리해, 팀의 한국시리즈 첫 승을 지켰다.
인천/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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