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 와이번즈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7회말 무사 무루 두산 선두타자 최승환이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
9회 번트실패 아쉬움
2008년 10월29일, 드디어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경기 막판 대타작전을 펴면서 주전 포수 채상병이 빠진 자리를 메우는 역할이었다. 벌써 프로 9년차가 됐고, 나이도 서른줄에 접어들었다. 1-3으로 뒤지던 7회 한국시리즈 첫 타석에 섰다. 최승환(30·두산)은 에스케이 구원투수 조웅천의 구속 115㎞짜리 몸쪽 높은 커브를 끌어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는 1점 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시리즈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남들은 ‘축제’라며 즐기던 포스트시즌, 억세게도 운이 닿지 않았다. 엘지(LG)에서 프로에 데뷔한 2000년 이후 8년간 78경기밖에 나오지 못했으니 ‘가을야구’는 딴 나라 얘기에 불과했다. 통산 타율 0.231, 9년간 1군에서 친 홈런이 3개밖에 되지 않아 약한 방망이가 지적됐다.
하지만 지난 6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부름을 받아 팀을 옮긴 뒤, 뒤늦게 야구 인생이 바뀌었다. 채상병의 빈자리를 메워 63경기에 출장하며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포수는 타격보다 투수의 실점을 막아야 한다”던 그는 이날도 7회부터 안방을 지키면서 홈런을 맞고 흔들리던 이재우를 3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점차로 뒤지던 9회 무사 1루에서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희생 번트를 시도하던 그는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다. 팀도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3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그는 “생애 첫번째인 이 무대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아직 그의 한국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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