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의 환희 필라델피아 선수들이 3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탬파베이를 누르고 4승1패로 우승을 확정하자 마무리 투수 브래드 릿지(맨 아래) 위로 몸을 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블룸버그뉴스 연합
필라델피아 125년 팀 역사상 두번째 우승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마침내(phinally)’ 팀 통산 두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첫 1만 경기 패배 기록을 가진 ‘원조 꼴찌’ 필라델피아가 30일(한국시각) 안방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4-3 한점차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008 시즌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
125년 팀 역사상 두번째, 1980년 이후 무려 28년만의 월드리시즈 우승이다. 1901년 이전 창단한 메이저리그 16개팀 중 유일한 ‘1회 우승팀’ 불명예 타이틀도 뗐다. 또, 연고 지역인 필라델피아에는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1983년 프로농구 세븐티식서스 이후 25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을 믿었고, 그들이 해냈다”고 했다. 챔피언시리즈를 치르던 지난 11일 모친상을 당했던 그는 “어머니가 우승으로 이끌어준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단기전에서 ‘수퍼 에이스’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준 선발 콜 해멀스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역대 첫 ‘포스트시즌 5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평균자책 2.63점으로 4승(무패)을 따내며 역대 세번째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를 동시에 차지했다. 해멀스는 “최우수선수보다 월드시리즈 반지를 낀 게 더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챔피언 반지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비로 경기가 도중 연기되면서, 최종전이 된 5차전은 사흘간에 걸쳐 치러졌다. 45시간57분을 기다린 끝에 6회말 공격으로 재개된 경기에선 피말리는 공방이 펼쳐졌다.
그러나 투수와 공격진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간 필라델피아가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이날 승리투수가 된 제이씨(J.C) 로메로는 8회 무사 1루에서 병살 처리로 위기를 벗어났다. 9회엔 포스트시즌 7세이브(평균자책 0.95)를 포함해 이번 시즌 한차례 실수도 없이 48번 세이브를 성공시킨 ‘퍼펙트 마무리’ 브래드 릿지가 2사 2루에서 에릭 힌스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탬파베이는 아쉽게 우승을 접었지만, 챔피언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꺾는 등 ‘기적의 시즌’으로 불릴 만큼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1998년 창단 뒤 10년 동안 9번 지구 최하위를 했던 ‘만년 꼴찌’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팜시스템’ 등으로 핵심 타자들을 길러냈고, 탄탄한 선발진이 모두 26살 이하 젊은 선수들이어서 내년 시즌 더 큰 기대를 남기게 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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