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삼(25). 사진 연합뉴스
좌완 에이스 장원삼 30억원에 삼성과 트레이드
KBO 가입금 마련위해…‘제2 쌍방울 사태’ 우려
KBO 가입금 마련위해…‘제2 쌍방울 사태’ 우려
‘선수 팔아 명맥 유지하기’를 위한 신호탄인가?
프로야구 히어로즈 구단이 14일 선발 에이스 장원삼(25)을 삼성에 팔았다. 역대 현금 트레이드 최고액인 30억원과 왼손투수 박성훈(26)을 받는 조건이다. 히어로즈로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기로 한 가입금 2차분(24억원) 지급 날짜(12월31일)가 다가오면서, 팀의 간판선수를 팔아 숨통을 틔우는 ‘제살 깎기식 선수 팔기’를 시작한 셈이다. 10여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김기태·박경완·김현욱 등을 팔아 팀을 유지하던 ‘쌍방울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로 3년간 해마다 100억원씩을 내기로 했던 우리담배가 손을 떼면서 자금줄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지난 7월 가입금 1차분 지급 당시에도 차일피일 납부를 미루다 야구위원회로부터 최후통첩까지 받는 등 말썽을 빚었다. 이날 공식 발표가 있기 하루 앞서 이장석(42)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김시진 감독을 찾아 “앞으로 팀을 운영하려면 방법이 없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선수 팔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히어로즈에는 최근 4년간 타율 3할대를 기록한 이택근, 너클볼러 마일영 등 다른 팀들이 욕심낼 만한 선수들이 더 있다.
히어로즈는 창단 당시 ‘가입금 완납 때(2009년 말)까지 선수를 팔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구위원회 쪽은 “그런 말이 있었지만 문서화된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과거 현대나 쌍방울의 경우 구단 운영자금을 야구위원회가 댔던 탓에 트레이드 문제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히어로즈의 경우엔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삼성은 전병호(35)가 은퇴하면서 무너진 왼손 선발 한 축을 장원삼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8개 구단 유지를 위해 히어로즈와 가능한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던 단장들간 구두 약속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이날 다른 6개 구단 단장들은 “상식적으로도 안 맞고, 상도의에도 어긋난다”며 이번 트레이드의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야구위원회 쪽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야구위원회도 아시아시리즈 참관을 위해 일본에 머물던 이상일 총괄본부장이 급거 귀국길에 오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원삼은 2006년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에 입단한 뒤 올해 12승8패(평균자책 2.85점) 등 통산 33승28패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때 대표팀에 합류해 병역문제도 해결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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