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야구팬들이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제2회 세계야구클래식(W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를 대형 전광판으로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초 여성 야구선수 안향미
동네 축구 클럽활동 임오주씨
‘여자는 왜 못해’ 오기로 도전
기량차 느끼지만 재미도 커
“여성들 직접 뛰며 즐겼으면…”
동네 축구 클럽활동 임오주씨
‘여자는 왜 못해’ 오기로 도전
기량차 느끼지만 재미도 커
“여성들 직접 뛰며 즐겼으면…”
최근 한 인터넷 포털업체는 제2회 세계야구클래식(WBC)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스포츠 섹션 방문자의 여성 비율이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대적인 스포츠 대회가 열리면 여성 관객의 관심 집중이 항상 화제가 되곤 한다. 그만큼 평소 여성과 스포츠 사이의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야구선수’라는 화려한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여성 야구단 ‘선라이즈’의 안향미(28) 감독이 들려주는 야구 인생에는 ‘남성만의 스포츠’에 도전하며 겪었던 어려움이 폴폴 묻어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 특기생’으로 학교 야구팀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안 감독은, 처음에는 그저 야구가 좋아서 했지만 나중에는 ‘여자라고 못 할 게 뭐 있냐’는 ‘오기로’ 계속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 때에는 교육청 규정에 여학생에게는 야구를 특기 종목으로 인정하지 않아 세 차례나 회의를 여는 등 진통도 겪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뒤에는 어떤 대학도 불러주지 않았고 프로 구단 입단 테스트에서도 떨어졌다. 미국여자야구협회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으나 “나이 어린 미혼 여성이고 신분이 확실치 않다”며 두 차례나 비자 발급이 보류돼 무산됐다.
그러던 2002년 일본 진출은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일본에서는 프로나 실업야구는 아니지만 일본여자야구협회 주관으로 전문적인 취미생활처럼 여자 야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안 감독은 그곳에서 2년 동안 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 들어와 ‘여성 야구단’ 만들기에 골몰했고, 2004년 우리나라 첫 여성 야구단 ‘비밀리에’를 출범시켰다. 지금은 ‘선라이즈’라는 팀을 이끌며 사회인 야구 리그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안 감독은 성별에 따라 기량 차이가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여성 스포츠는 그 나름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자 야구는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것이 매력이에요. 이런 매력이 알려지면 좀더 인기를 끌 수 있지 않겠어요?” 물론 여자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야 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좀더 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직접 뛰었으면 좋겠다”는 안 감독은 “여자 야구가 활성화되면 명색이 ‘최초 여성 야구선수’인 저도 야구를 생업으로 삼을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직장인 임오주(29)씨는 2년 전 친구 소개에 이끌려 ‘여성 동네축구’를 하는 ‘짝토 축구회’에 들었다. 그동안 가끔 배드민턴을 칠 뿐 운동이라곤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임씨에게 축구는 충격이었다고 한다.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그동안 ‘발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걸.” 공부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도 확 풀리는 것을 느꼈다. 체력장에서 항상 4~5급을 받는 등 ‘몸치’에 가까웠던 임씨는 그때부터 축구의 매력에 빠져 주말마다 공을 찬다.
원래 짝토 축구회는 ‘여성도 몸을 쓰자’는 여성주의적 취지로 만들어진 기획 모임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축구를 한다’는 취지가 더 강해졌다고 한다. 한때는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코치를 모셔다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짜임새 있는 축구’를 추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막축구’에 가깝단다. 회원 3명만 나와도 미니골대를 두고 공을 찬다.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삼천포 야구’가 나오잖아요? 우리도 그것처럼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저 좋은 사람들 모여서 공 차고 떠들고 이런 것들이 좋아요.” 그가 축구를 시작하며 크게 놀란 사실은 여성 축구 인구가 정말 많다는 것. “서울엔 구청마다 여성 축구팀이 있더라고요. 대부분 30대 이상인 분들인데 공을 어찌나 잘 차시던지….” 2년 동안 꾸준히 축구를 하며 발기술도 꽤 늘었지만, 공을 멀리 차 보내는 건 지금도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다. “아직 공과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되면 남자아이들은 축구나 야구를 시키고 여자아이들은 오로지 피구만 시키는 일이 많았잖아요. 그만큼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거죠.” 임씨는 “헛발질하고 공 놓치는 등 실수 연발일지라도 보는 것보다 뛰는 것이 더 재미있다”며 축구의 매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국내 최초 여성 야구선수 안향미. 여성 야구단 ‘선라이즈’ 를 이끌고 있다.
원래 짝토 축구회는 ‘여성도 몸을 쓰자’는 여성주의적 취지로 만들어진 기획 모임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축구를 한다’는 취지가 더 강해졌다고 한다. 한때는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코치를 모셔다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짜임새 있는 축구’를 추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막축구’에 가깝단다. 회원 3명만 나와도 미니골대를 두고 공을 찬다.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삼천포 야구’가 나오잖아요? 우리도 그것처럼 ‘즐기는 축구’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저 좋은 사람들 모여서 공 차고 떠들고 이런 것들이 좋아요.” 그가 축구를 시작하며 크게 놀란 사실은 여성 축구 인구가 정말 많다는 것. “서울엔 구청마다 여성 축구팀이 있더라고요. 대부분 30대 이상인 분들인데 공을 어찌나 잘 차시던지….” 2년 동안 꾸준히 축구를 하며 발기술도 꽤 늘었지만, 공을 멀리 차 보내는 건 지금도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다. “아직 공과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되면 남자아이들은 축구나 야구를 시키고 여자아이들은 오로지 피구만 시키는 일이 많았잖아요. 그만큼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거죠.” 임씨는 “헛발질하고 공 놓치는 등 실수 연발일지라도 보는 것보다 뛰는 것이 더 재미있다”며 축구의 매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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