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메츠의 구대성(가운데)이 22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의 미국 프로야구 경기에서 7회 홈에 슬라이딩으로 들어오자마자 양키스의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공을 쥐고 태그 아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뉴욕/AP연합
랜디 존슨에 2루타…홈쇄도…마운드선 3K 시즌 5홀드…메츠 7-1승 22일(한국시각) 뉴욕 메츠와 양키스의 미국 메이저리그 ‘지하철 시리즈’가 열린 셰이 스타디움. 7회말 구대성(36·뉴욕 메츠)이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닷새 전인 1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 때 타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4구만에 삼진을 당해 언론으로부터 “홈플레이트에서 적어도 20피트(6.9m) 이상은 떨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놀림당했던 그의 등장은 다시 웃음거리가 되는 듯했다. 이날도 구대성은 전혀 칠 의사가 없어보였다. 더구나 상대 투수는 ‘괴물’ 랜디 존슨. 시속 148㎞, 146㎞의 강속구가 거푸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존슨은 3구도 안심하고 146㎞짜리 직구로 몸쪽을 찔렀다. 방심이었다. 구대성의 어깨에 얹혀 있던 방망이가 세차게 돌았다. 공은 중견수 버니 윌리엄스를 넘어 담장까지 굴렀다. 2루타였다. 5만5천여 홈관중들은 길게 “쿠(Koooooo)!”를 외치며 흥분했다. 경기 뒤 구대성은 이 소리를 “‘굿 잡(Good job·잘했어!)’으로 들었다”고 했다. 구대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감각이 빛났다. 2루에 있던 구대성은 후속 타자 호세 레예스의 1루 쪽 보내기 번트 때 수비의 허를 찔러 홈까지 파고들어 버렸다.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타구를 잡느라 홈을 비우고, 1루수 티노 마르티네스가 타자를 잡고 한숨 돌리려는 찰나. 3루서 멈추지 않은 구대성은 태그를 피해 비스듬히 몸을 날렸다. 고교시절 이후 처음 해봄직한 슬라이딩이었다. 느린 그림으론 태그가 홈 플레이트를 짚은 구대성의 손보다 빨랐다. 하지만 주심은 구대성의 투지에 홀린 듯 두 팔을 옆으로 펼쳤다. 세이프였다. 흔들린 존슨은 다음 타자 미겔 카이로에게 1점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경기 뒤 짐 두켓 메츠 단장은 “구대성은 우리의 좌타석 비밀병기”라고 칭찬했다. 구대성은 투구에서도 완벽했다. 2-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동안 3개 삼진을 뽑으며 무안타 무실점해 양키스 타선을 틀어 막았다. 평균자책은 3.75에서 3.38로 좋아졌고, 5번째 홀드도 챙겼다. 메츠는 8회말에도 3점을 보태 7-1로 이겼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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